입동무렵, 늦가을 마지막 헹가래처럼
회오리 바람 솟구친 뒤
어지럽혀진 집 안팎 차곡차곡 나뭇잎을 쓸어모은다
애썼다 고맙다
줄 것 다 주고 말라 비틀린 나뭇잎을 고이 모아
부삽으로 퍼서 누굴 줄까 하고 화단을 바라보다
영산홍 뿌리에 한 삽 덮는다
갈 곳으로 제대로 보내고나니
연산홍이나 나나 불만이 없다 뒤끝 회한이 없다
철두철미하시던 아버지 가을 일 끝나면
쓰고 난 것은 반드시 제자리에 놓을 것!
삽도 괭이도 호미도 흙 털어 가지런히 시렁에 걸고
꼼꼼한 아버지 대신
헐렁하게 숨통 열어주시던 어머니도 그것만은 분명하여 반짓고리 하나도 있던 자리에 놓아라
여기저기 가위며 실패 나돌아다니는 것
용서치 않으셨으니
된사람이라면
날른날른 다 쓴 어버이의 사랑도 이제 다시 제자리
등 굽은 어버이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네
나무가 나뭇잎을 설령 찾지않아도
그늘과 단풍을 실컷 누린 나로서는
뎅구르르 하찮게 굴러가는 나뭇잎 하나라도
빗자루를 들고 기어이 달려가서
아가 아가 이리 온
이제 네 고향 네 집 피붙이 발치로 돌아가야지
온종일 잰걸음으로 뛰다녔더니 안마당이 훤해진 것처럼
그 뿐인가
그대를 사랑했으니 그것도 일 년 내내 그대를
사용했음으로 그대 있던 그 자리로 반환 시점인데
다만 그대여, 아직도 나는 그대를 사용중이니
풋풋하고 아리한 이 추억은, 내가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있으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