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2024년은 한국을 세계 용의 해로!
상태바
2024년은 한국을 세계 용의 해로!
  • 이은집 광천중 11회·작가
  • 승인 2023.12.31 0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년 콩트

“여보! 올 연말엔 생뚱맞게 폭우와 폭설이 내린 이상기후인데, 해마다 점점 가뭄인게 뭔지 아슈?”

날래고 부지런한 흑토끼의 해를 맞았다고 떠든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새 달력을 주방벽에 걸면서 마누라가 하는 말이었다. “에잉?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려 엘니뇨라는 이상기후가 벌써 언제부턴가? 근디 가뭄 얘기는 뭔 소리여?”

이에 내가 의아하여 묻자 마누라가 이런 엉뚱한 대꾸를 해왔던 것이다. “아유! 전에는 여기저기서 연말이 되면 달력이 쏟아져 들어왔는디, 이젠 당신의 대학교 동창회에서만 딸랑 한 개가 오잖아유? 그것두 공짜가 아니라 해마다 연회비를 20만원씩이나 낸다구 했쥬?”

“으음! 글쎄 전엔 은행에서두 주구, 무슨 단골 가게에서두 주더니, 달력 인심이 그리 야박해졌네! 그나저나 올 한해두 가구 내 나이를 뒤집어 <28청춘>이라 했는디, 이젠 83이 되니 뭐라구 해야 허나? <38광땡>이라구 할까? 하하!”

이윽고 내가 이처럼 세월의 빠름을 아쉬워하자, 마누라가 갑자기 또다른 엉뚱한 대꾸를 해왔던 것이다. “아참! 여보! 한해가 가면 신문에선 올해의 10대뉴스를 발표하는디, 우리집 10대뉴스는 너무 많구 간단히 3대뉴스나 발표해 볼까유?”

“뭐요? 우리집 3대뉴스라? 으음! 난 우선 내가 문단 데뷔 후 53년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학단체인 한국문인협회의 수석 부이사장에 당선했으니, 그걸 1위로 꼽구 싶군!“ “야아! 난 그런 경사는 없구 나에겐 다시 신기록이 되는디, 당신에게 시집와서 벌써 53년째 솥뚜껑 운전 신세를 지키는 것이라구나 헐까유?“

“아이구! 당신 고생시켜 미안하구먼! 다음 나의 두 번째 뉴스는 최근 몇 년간 소설을 전혀 못 쓰다가 올핸 4편의 신작소설을 밮표하니께 작가로서 참 행복하구먼!” “그래유? 근디 난 똑같은 무해무탈한 한해를 보냈으니, 더 이상 뉴스랄게 없네유!”

“허어! 세상에 아프지 않구 변함없이 잘 사는게 가장 굳 뉴스지! 난 세 번째로 꼽는다면, 당신한텐 비밀인디 대중가요를 작사한 것이 올해 따라 저작권료가 더 나와 소설가 친구들에게 여러번 술잔치를 베푼게 3대뉴스루 꼽구 싶구먼?”

이처럼 2023년을 보내고 2024년 청룡릐 해를 맞아 마누라와 얘기를 나눴는데, 순간 나에게는 어려서 내 고향에 살 때 송구영신의 추억이 떠올랐다. “얼라! 음력 설명절을 두구 새 양력설을 쇠라니 워쩐디야? 그럼 나이두 두 살을 먹게 되잖여?

“누가 아니래유? 추석은 추썩추썩 빨리 오구, 설은 슬슬 온다더니, 설이 둘 됐네유!” 암튼 그 시절에 음력설이 약력설로 바뀌자, 음력설은 <민속의 날>이라고도 했던 것이다. “근디 새해가 뭔 띠 해인지 아남유? 열두 띠 중에 가장 신령스러운 용띠해래유! 그렁께 시집장가 가면 빨리 앨 낳아서 용처럼 훌륭한 자식으루 키워야쥬!”

“암유! 이런 시골에서 낳았어두 공부 잘허면 서울루 보내 나중에 큰 인물이 되면 그게 개천에서 용난게 아니겠시유?” 그 시절에 건너뜸 기와집이나 우리 큰형님은 서울에서 공부해서, 특히 우리 큰형님은 6.25때 미군부대에서 통역관이 되어 집에 초콜릿이나 통조림 과자도 보내왔으니, 동무들은 나를 용같은 존재로 떠받들어 주기도 했던 것이다.

“얘들아! 오늘은 복날이라 날이 불볕이구나1 용툼벙으루 미역감으러 가자!” 그 시절에 우리 동네의 앞산 아래엔 벼락바위가 있었고, 바로 그 아래 큰 시냇물의 용툼벙은 시퍼런 물속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는데, 어른들은 그곳에 용이 산다고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래도 동네 아이들은 몰래 미역감으러 가서 가끔씩 익사자가 생기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눔들아! 용툼벙에 사시는 용왕님께 함부루 범접하면 큰일난다! 거긴 얼씬들 말어라!” 어른들의 엄포에도 짓궂은 애들은 말을 듣지 않고 여름마다 미역을 감았으니 마치 용한테는 ‘용용 죽겠지?’ 하고 놀려먹었다고나 할까? 내가 이런 용에 얽힌 추억에 잠겼는데 마누라가 나에게 뜻밖의 말을 건네왔다.

“여보! 이제 2024년은 22대 총선의 해인디, 당신은 어떤 용(국회의원)을 뽑을 것인감유?” “에잉? 용은 승천해야 하듯이 우리나라를 세계에 우뚝 세울 그런 인물을 골라서 한표를 행사해야지! 당신은 안 그려?”

“암만유! 밤낮 서루 쌈질만 하는 여당 야당인디, 앞으룬 나라와 국민을 위해 땀흘려 일할 일꾼을 찾아 한표를 꾹 찍어야쥬! 호호!”

이은집 : 광천중 11회 출신. 1971년 창작집 <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등단. 저서 <눈물 한방울> <스타 탄생> <통일절> 등 35권 출간. <충청문학상> <한국문학신문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세계문학상> 16개 문학상 수상. 2014 세종우수도서, 2016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창작지원금 선정. 한국문인협회 수석 부이사장.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종합문예지 <시와창작> 주간. 그외 방송작가와 작사가로도 활동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