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우리동네 생활사투리-166> “까셔”
상태바
<우리동네 생활사투리-166> “까셔”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3.12.16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니: 자네가 파전 다 먹었으니께 글력 즘 한번 써보셔. 말래에 있는 무수 점 까셔봐,
-저니: 얼라, 소 밥 주야는걸 깜막 했네. 남은 막걸리는 내가 싸가네. 어여 일봐.

<까셔>는 ‘까다’와 ‘가시다’의 뜻이 합쳐져 있는 말이다. 물 따위로 깨끗이 씻는 것을 ‘가시다’라고 하고, 껍질 따위를 벗기는 것을 ‘까다’라고 하는데, 이 두 단어를 합쳐서 ‘까시다’라고 할 때는 좀 더 다른 뜻이 된다. 표면상으로는 ‘물로 깨끗이 씻어서 껍질을 벗기는 일’이 까시는 것인데, 실제로는 ‘채 써는 일’ 까지를 ‘까신다’ 또는 ‘까순다’라고 한다.

‘무(무수) 좀 까셔와’라고 하면, ‘칼이나 채칼로 무를 채 썰어오라’는 뜻이 된다. 이 말은 주로 일반 가정집의 김장 담그는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으며,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시키는 대표적인 심부름에 속한다. 초겨울이 되면 밭에서 자라는 여러 채소들을 뽑아서, 씻고, 다듬고, 절여서 김장 준비를 하게 되는데, 무청을 잘라내고 무를 다듬는 일은 힘도 들고 날카로운 칼이 필요해서 주로 남자가 맡는다.

‘까신다’는 특이하게도 여러 채소 중에 유독 ‘무(무수)’에게만 쓰며, 배추나 당근, 호박 등에는 쓰지 않는다. 겨울철 동치미를 꺼내어 채 썰은 다음, 갖은 양념으로 새콤 달콤하게 무치면 맛있는 ‘동치미 무침’이 되는데, 이것을 우리 동네에서는 그냥 ‘동치미 까신거’라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