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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멍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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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멍때리기
  • 대정초 이준희 교장
  • 승인 2023.12.16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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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서 ‘멍때리다’라는 말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로 돼 있다. 생각은 우리 몸의 기관 중 뇌가 하는 일이니 아무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은 우리 뇌를 가만히 놔 두고 편히 쉬게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흔히 몸이 피곤한 것은 느끼지만 뇌가 피곤한 것은 잘 느끼지 못하는데 머리가 멍해지고 혼돈스러우면 이게 뇌가 피로하다는 신호라 볼 수 있다.

우리 몸의 신체 기관 중 뇌는 심장과 같이 우리가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기관이다.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다양하고 과도한 전기 자극은 뇌에게 급격한 피로도를 주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이는 정신적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뇌는 그때 그때 충분한 힐링과 휴식이 필요하다. 하버드 연구팀이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뇌를 위해 멍때리기가 효과적이라는 발표를 한 바 있다고 들었다. 멍때리기는 뇌가 받은 스트레스에서 나를 쉽게 놓아주고 이완시킴으로써 뇌가 피로하지 않게 도와준다고 한다.

불멍, 물멍, 풀멍, 눈멍. 모닥불을 피워놓고, 호숫가에 가서, 넓은 잔디밭에 앉아, 하염없이 내리는 하얀 눈을 그저 멍하게 본다는 불멍, 물멍, 풀멍, 눈멍은 현대인들이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또 그걸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명상이나 요가 또는 음악이나 여행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듯 멍때리기가 스트레스를 푸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보인다.

올 봄 ‘2023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3년 만에 개최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무려 4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많은 사람들이 이 대회에 참여했다는데 이색 대회로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멍때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아무 생각 하지 않고 90분간 가만히 있으면 된다. 옆 사람과 대화 안 되고 졸면 안 된다. 15분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심박수를 체크하는데 가장 안정적으로 심박수를 유지하는 참가자가 우승을 한다. 그런데 ‘아무 생각 하지 않고 90분간 가만히 있기’가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하루 종일 컴퓨터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거북목 증후군, 손목 터널 증후군, 눈의 피로 등 다양한 증상으로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나 역시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이런 불편은 그러려니 하며 달고 살아왔다. 특히 나이 들수록 침침해지는 눈 때문에 불편해져서 나름 생각해 본 것이 ‘반려식물 멍때리기’다. 흔히들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50분 정도 일하면 10분 정도 눈을 쉬라고들 한다. 먼 산을 보거나 하늘을 한번 쳐다보거나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무실에 있다 보면 이도 저도 녹록치가 않다. 그래서 그냥 사무실 안에 있는 반려식물을 그저 멍하게 보는 ‘반려식물 멍때리기’가 나의 눈 건강과 뇌 휴식법이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나의 ‘반려식물 멍때리기’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화분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등받이를 깊숙이 대고 앉는다. 손은 무릎 위에 살짝 올리고 호흡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눈에 힘을 주거나 치뜨지 말고 아래로 내리깔고 게슴츠레하게 반쯤 감아야 한다. 그리고 그저 초록 잎을 멍하니 본다. 조금 지나면 초록 잎이 주는 신선한 자극이 눈을 맑게 해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힌다. 멍때리기를 할 때는 몸의 모든 힘을 빼야 한다.

나 자신을 스스로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좀 더 있다 보면 뇌가 팬케이크 반죽처럼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이 온다. 그 기분 좋은 느낌이란. 시간은 5분 내외면 적당하다. 눈이 피로하고 뇌가 피곤하다고 느끼는 순간 ‘반려식물 멍때리기’를 하면 눈이 맑아지고 머리가 깨끗해지고 마음이 물속 같이 고요하고 잔잔해진다. 당신도 해 보시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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