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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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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홍성예총 이상헌 지회장
  • 승인 2023.12.2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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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한국 고유의 음식으로 세계 곳곳에 알려져 있다. 한국인 하면 김치를 떠올리는 정도이다. 김장은 김치를 담그는 행사를 말한다. 김장은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일종의 품앗이로 담근다. 배추를 뽑아 소금물에 절이고 무를 썰고 대파와 갓, 그리고 고추를 넣기도 한다. 고추 등 양념값이 오르면 김장을 덜 하고 싸면 더한다. 예전에 김장은 겨울 양식이었다.

200포기 정도를 하여 움을 파묻어 놓고 겨우내 밥상에 오른다. 김치를 썰어 커다란 멸치 몇 마리를 넣어 끓인 진입국은 고구마와 함께 저녁을 때우는 일조를 했다. 번거롭고 비용도 덜 드는 봉지 김치를 사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식들이 도시에서 오가는 비용과 아내의 잔소리 ‘어머니, 올해는 김장하러 못 내려가요. 애들도 다 컸고, 김치를 잘 먹지 않아요’라는 말에 고향의 어머니는 한숨을 쉰다. 늘 이맘때에 김장하려고 배추와 무, 갓을 잔뜩 심어 자식을 기다리는데 못 온단다. 그래도 마음이 편한 딸에게 전화해 ‘내려와. 김장해 가라’라는 말에 딸은 아침 일찍 출발해 버스를 타고 온다.

우리 집은 해마다 형님 집에서 김장해 가져온다. 조카며느리와 조카가 전날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이튿날 방안에서 양념을 버무린다. 무거운 것을 나르고, 무채를 써는 작업은 조카들이 한다. 나는 항상 방관자이다. 김장은 으레 여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고루한 생각하는 노인이 됐다. 어렸을 적에도 동네 아주머니들이 집집이 돌아가며 김장을 했다.

지금이야 새우젓이나 액젓 등을 사서 양념을 한다. 전에는 가난한 탓으로 제일 싼 황석어젓으로 담았다. 황석어젓 중 좀 커다란 놈은 골라내 국을 끓여 먹었다. 남자들은 뒤꼍 볕이 잘 드는 곳에 김장독을 묻을 움을 팠다. 독을 묻고 흙이 들어가지 않도록 보온을 겸해서 이엉을 엮는 게 일이었다. 당시에는 남자 할 일과 여자 할 일이 어느 정도 나눠져 있었다. 군대에서 김장할 때는 내무반에서 대파를 썰었다. 왜 눈물이 나오는지 몰랐다. 그 정도로 남자들은 김장하는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지금과 완전히 딴 세상에서 살았다.

김장하고 땔나무 혹은 연탄 들여놓으면 월동준비 끝이었다. 그렇게 김장은 한 해 농사의 마지막이었다. 김장하면서 동네 아낙들이 모두 모여 힘든 일을 깔깔 웃으며 씻어냈다. 두레처럼 김장하는 것도 마을 사람들과 화합의 잔치였고,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었다. 특히 배추뿌리국은 김장하는 날만 먹을 수 있는 별미였다. 오늘따라 투박한 어머니 손과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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