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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64> “벌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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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64> “벌라지”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3.12.04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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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다 먹지두 않으매 쬐끔씩만 파먹는 저늠에 벌라지때미 아주 죽겄네

-저니: 볕 따땃한 날 광문 활짝 열어서 환기 시키야지. 축축헌 짚토매두 걷어내구.

벌라지는 벌레의 뜻이다. 벌레는 ‘곤충을 비롯하여 기생충과 같은 하등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며, ‘어떤 일에 열중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벌라지는 대체로 이름없는 작은 벌레를 뜻하며 ‘버러지’와 뜻이 같기는 하나 뉘앙스는 다르다.

벌레는 흔히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뭇쓸거’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벌레가 진딧물을 잡아먹고 생태계의 균형 유지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벌레는 하등 ‘쓰잘띠기’없는 것에 속한다. 그래서 벌레를 사람과 빗대어 표현하는 경우도 많이 쓰이는데 이때 ‘버러지’라는 말이 사용된다. ‘버러지 같은 인간(놈), 버러지 같이 살지 말어’ 등으로 쓰인다.

그런데 벌라지는 완전히 눈에 보이는 ‘벌레’만을 의미한다. 벌레로 보이는 형체, 벌레가 다녀간 흔적 등이 확연한 경우에는 벌라지 또는 벌레지라고 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작물에서 벌라지가 흔히 생기고 습기가 많은 곳에 있는 오래된 곡식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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