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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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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 정미화 결성초 교장
  • 승인 2023.12.1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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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 교실에서 같이 놀자’

아침 등교 후에 교실에 가방을 놓고 행복마트도 둘러보며 복도에 있던 6학년 학생이 3학년 동생의 말을 듣고 3학년 교실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2학년 학생이 6학년 형과 함께 도서관으로 가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교장실 옆 정보사랑방에는 장구가 놓여있다. 점심시간에 교장선생님과 풍물놀이 장구장단을 치기도 한다. 매주 목요일 아침엔 도서관에서 선생님들과 전교생이 사제동행 아침 독서를 한다. 매월 1회 전교생 학생자치회가 드림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저학년과 고학년이 소신껏 자기 의견을 나누는 민주시민 실천 시간이다. 쉬는 시간에 열리는 행복마트는 선배와 후배가 함께 경제생활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교직원이 모든 학생을 알아보고 챙긴다. 학생 수가 적은 결성초의 일상적인 풍경 중의 일부이다.

학년별 소인수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는 작은 학교는 가정과 비슷한 공간 분위기와 가족같은 심리적 환경으로 교직원과 학생들이 따뜻하게 만나고 신뢰해 친근하고 두려움이 적은 곳이 된다. 일반교실의 크기는 학교 표준 설계도의 기준에 따라 도시나 시골이나 비슷하다. 그러므로 25명이 있는 학급에서 한 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공간과 10명이 있는 학급에서 한 명의 학생이 누리는 공간의 차이는 크다. 학생들에게는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넓을수록 쾌적하고 학습활동 중에 부딪치는 일이 적어지고, 교실 내에서의 공간 이동 수업으로 학습조직과 유형을 달리하며 학습의욕을 계속 신장 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된다. 학생들이 누리는 공간이 넓어지면 마음도 여유로워지며 사고(思考)가 확장되면서 창의성에 대한 기초 힘이 길러진다.

작은 학교는 다인 수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보다 자기표현의 기회가 많고, 선생님이 살펴주는 시간도 많아서 학생들의 배움과 존중이 실천되는 곳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학습자료가 교실의 여유공간에 있어서 언제든지 빠르게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 각각의 학습상황을 살펴보고 필요한 맞춤형 교육이 적기에 이루어져서 좋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가 되는 자기주도형 학습과 학생중심 교육활동이 활발하게 실현된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빈번한 어울림 시간은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요즘 유.초등 이음학기 교육과정이 어필되고 있다. 이음교육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 같은 주제 등의 교육활동을 함께 하며 배움과 나눔의 경험을 쌓아가는 교육활동을 통해 바르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함께 등.하교하는 통학차량 속에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체육관이나 놀이공간에서 어울리며 언행을 서로 살펴주고 배우는 잠재적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작은 학교는 남․여 학년 구별없이 어울리기에 이런 교육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작은 학교는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과 스키캠프 등을 전교생이 함께하고, 학교로 오는 음악회나 연극 같은 문화 예술 공연과 마술과 버블쇼 공연 등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함께 어우러지며 관람문화를 배우고 공연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이런 때는 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이 교육되는 넛지효과의 시간이 된다. 학생 개인별 디지털 기기 사용 기회도 넉넉하고 두 학년이나 세 학년이 함께하는 동아리 활동과 방과후 활동 등은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과정을 통해 꿈을 키우고 배움으로 성장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멋진 시간이다.

학생들이 살아가며 경험하는 문제와 해결의 많은 답은 사람에게 있다. 사람 향기가 가득한 작은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학생과 학생 사이의 경험, 관심과 존중의 바탕에서 꼼꼼히 교육받는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친근한 환경, 선생님과 학부모의 협력과 마을학교의 다양한 지원을 받는 행복, 학생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지만 모난 돌이 둥근 돌이 되는 과정을 겪는 경험은 바람직한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큰 자양분이 된다. 작은 학교가 유지돼야 하는 아름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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