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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마을이 하나 된 애정으로 보듬으며 함께 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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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마을이 하나 된 애정으로 보듬으며 함께 성장하다
  • 신혜지 기자
  • 승인 2023.12.11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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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작은 학교 살리자 - 장곡초
장곡초에는 39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체육대회에 참여한 학생들 모습. 사진=장곡초
장곡초에서는 생태·환경 중심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장곡초

올해 개교 101주년 맞은 장곡초

장곡면 도산리에 위치한 1922년 6월 1일 장곡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장곡초등학교는 올해 101주년을 맞은 역사가 깊은 학교다. 홍성군 마을 이야기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시절 장곡면 화계리 일대에 주민들이 자신들의 집 일부에서 근대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주민들이 이곳을 ‘화명학교’라고 부르고 장곡면의 근대교육을 주도했다. 이 화명학교가 장곡초의 전신(前身)이다.

역사가 깊은 학교인 만큼 지역 주민들의 애정도 깊다. 장곡초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장곡초등학교살리기협의회가 운영 중이며, 협의회에서 입학생에게 10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고 있다. 장곡면주민자치회에서도 11월 소식지 특집으로 ‘장곡초 살리기’를 준비하기도 했다. 장곡초는 2015년과 2017년 오서분교와 반계분교가 통폐합된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주현 교장은 “최근 10년 사이에 광천 인근에서 많은 학교가 폐교됐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이 더욱 피부로 학교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장곡초는 39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고, 9명이 졸업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몇 명이 입학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장곡초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이 깊다 보니 장곡초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마을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장곡초는 올해부터 4년 동안 마을기반 자율학교로 선정돼 다양한 마을 자원을 활용해 마을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충남도에서 유일하게 마을기반 자율학교로 선정돼 연 2000만원의 운영지원금을 지원받으며 내실 있게 다양한 교육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생태·환경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성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이 장곡초의 장점 중 하나다. 올해는 ‘자연에 관한’, ‘자연을 통한’, ‘자연을 위한’ 교육을 주제로, 논밭 농사, 자원순환, 친환경 소비 등을 운영했다. 조 교장은 “우리 학생들은 생태 감수성이 좋다. 직접 사마귀나 메뚜기를 잡으며 생태 체험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고 혹시나 걷다가 벌레를 밟을까 봐 피해서 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태 교육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피부로 느껴 본 것이 효과가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과 함께 기후위기의 날' 행사가 운영됐다. 사진=장곡초
장곡초는 매년 여름방학마다 서울스포렉스에서 생존수영 수업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장곡초

마을과 함께하는 체험 활동 운영

장곡마을학교 수업과 연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학년별 동아리 6개가 1년에 18번씩 해당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계절마다 일주일씩 모내기, 떡메치기, 김장 등 ‘계절학교’ 프로그램 역시 운영하고 있어 이색적이다. 방학에는 홍성읍에 있는 서울스포렉스를 일주일 동안 대관해 오전 시간 동안 생존 수업을 진행해 장곡초에는 수영을 못 하는 학생이 없을 정도다.

장곡초 5학년 학생들은 지난해 도란도란 마을탐방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마을 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해 <우리 마을 영웅>이라는 책을 엮어냈다. 책에는 주민들의 인터뷰 내용과 주민과 닮은 식물, 채소 등과 시, 사진 등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장곡면에서 나는 원인 모를 냄새를 8명의 영웅들이 자신이 살면서 행복했던 기억을 흙공에 담아 던지며 냄새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마을 영웅>을 쓴 강현성, 문주원, 박준호, 심주원, 우수연, 이소이, 정가인, 최재우 학생은 도서실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도서실을 찾은 학생들에게 책에 기념 사인을 해 줬다.

장곡초는 학부모의 관심이 높다는 점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학교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한 학기에 한 번씩 운영하는 천문학 콘서트에는 학부모가 주체가 돼 함께 참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6월 28일 열린 ‘지구별 바라기 천문학 콘서트’와 10월 26일 열리 ‘반짝이는 우리의 밤’ 지구별 바라기 천문학 콘서트는 학부모회와 연계한 자원순환의 날 행사로, 각 가정의 분리배출이 가능한 쓰레기들을 모으는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 조 교장은 “우리 학교에는 다문화가정이 4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2학기 행사 때는 다문화가정의 어머니가 직접 시장부터 음식까지 만들어 함께 주민들과 나눴다. 제가 우리 학부모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데, 행사를 할 때면 많은 주민들을 데리고 와서 모르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정도로 참여율이 좋다”고 설명했다.

조주현 교장은 장곡마을학교와 관계가 굉장히 좋고, 인근에 지역아동센터가 위치해 있는 교육 인프라가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교장은 “우리 학교는 교직원 구성이 홍성군의 학교 중에서 가장 탄탄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교직원들의 마인드가 우수하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역시 최고로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은 시골 학생의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농부가 꿈인 학생도 있을 정도”라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우리 학생들이 항상 밝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우리 아이들을 웃게 해 주고,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은 너무 많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 학생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해 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장곡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쓴 <우리 마을 영웅>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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