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이름 잃은 홍성 특산품 ‘광천김’…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취소
상태바
이름 잃은 홍성 특산품 ‘광천김’…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취소
  • 윤종혁
  • 승인 2023.11.20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정관 위반’ 이유로 취소 선고
35개 업체 소속…작년 1200억 수출
​​​​​​​확정되면 ‘광천김’ 누구나 사용 가능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이 2021년 12월 서울 COEX 전시장에서 열린 설맞이 명절선물전에 광천김 홍보관을 운영했다. 사진=홍성군

홍성군의 특산품인 ‘광천김’이 이름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광천김’에 대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특허법원은 충북의 김 제조업체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2014년 7월 특허청에 광천김에 대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한 바 있다.

재판부는 광천김영어조합법인 일부 조합원이 조미구이김에만 사용해야 하는 ‘광천김’ 표장을 김자반 등 다른 품목에도 사용했고, 외국산 천일염과 참기름을 사용하는 등 정관 규정도 위반했다며 등록 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단체표장이 최종 취소되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김에도 ‘광천김’ 상표를 쓸 수 있다.

단체표장은 상품의 특정 품질과 명성 또는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근원에서 비롯됐을 때 해당 지역을 원산지로 생산한 제품임을 명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보성녹차’, ‘해남고구마’, ‘성주참외’, ‘의성마늘’, ‘강화약쑥’, ‘제주은갈치’, ‘괴산고추’, ‘영동포도’ 등이 대표적인 지리적표시 특산물이다.

등록된 단체표장은 해당 상표의 이용이 제한되는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과 구분해 수요자가 등록된 상표의 상품에 대한 품질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광천김의 경우 단체표장 등록을 통해 다른 지역 또는 업체(광천김 조합 및 조합원 외)의 사용이 제한돼 왔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 취소 위기에 광천김 생산자들은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광천김생산자협동조합 정상균 전 조합장은 “수십 년 동안 명성을 쌓아오고 수출에 이바지한 점을 감안하지 않고 몇 가지 위반사항으로 취소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 너무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약 대법원에서 취소가 확정되면 단체표장 재출원을 하겠다는 것이 조합의 입장이다.

정 전 조합장은 “광천김 브랜드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신청을 했을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너무 많이 변했는데, 제때 정관을 바꾸지 않는 등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단체표장이 취소될 경우 홍성군에서 지역 업체가 만든 광천김을 인증해 주는 지자체 증명제를 검토해봤지만 원초가 홍성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조합 생산자들이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앓다. 행정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광천에서 김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A대표는 “여기저기에서 광천김 이름을 쓰면 광천김에 대한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될까 봐 걱정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군에서는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재출원을 위한 지원을 준비 중이다. 군청 이봉재 어촌산업팀장은 “올해 추경예산에 단체표장 출원을 위한 비용 5000만원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천김영어조합법인에는 35개 업체가 소속돼 조미김을 생산하고 있다. 광천김은 지난해 1200억원 어치를 수출했다. 충남도 수산물 수출 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