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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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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농사
  • 홍성예총 이상헌 지회장
  • 승인 2023.11.13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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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여기저기 봉홧불처럼 흰 연기를 내뿜으며 불길이 솟는다. 다름 아닌 들깨를 타작하고 난 들깻대를 태우는 것이다. 낮에 태우면 공무원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고를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태운다. 들깨는 항산화 작용과 혈관 건강 개선 등 좋다고 한다.

또한 들깨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은 노화를 억제해주고 특히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좋다고 하며 심혈관 및 뇌혈관 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농사짓는 분이나 귀농이나 귀촌한 사람들은 들깨 농사가 다른 농사 중 가장 쉽다고 생각해 들깨 농사를 많이 짓는다. 나 역시 가장 손쉽다는 들깨를 심었다.

그전에는 들깨 모종을 밭에 부어 모종을 뽑아 밭에 심는다. 약한 뿌리에 쨍쨍 햇볕이 나면 말라 죽는다. 물을 주면서 심기에는 경운기나 스프링클러가 필요하지만, 초보 농사꾼에게는 삽, 괭이, 호미, 낫이 농기구 전부이다. 동네 분들이 들깨 모종을 포트에 들깨 한두 알을 넣어 모판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나 역시 모판흙과 포트를 사다가 먼저 포트에 모판흙을 채우고 두세 알씩 넣어 튼튼한 들깨 묘로 만들었다.

비가 오는 날, 들깨 모판을 밭으로 옮기고 호미로 심었다. 거의 500평의 밭에 심느라 비를 맞으면서도 땀이 났다. 땅 냄새를 맡아 이식한 들깨가 파랗게 되자, 들깨 포기 포기마다 조그만 구덩이를 파고 비료를 주었다. 비료를 준 후에는 비료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덮어줬다. 그리곤 몇 번인가 호미로 풀을 매주었다. 풀 한 포기 없이 깨끗한 밭으로 만들어 놓자, 동네 사람들이 나는 너무 부지런하고 자신들은 너무 게으르다며 부지런 떨지 말고 게으름을 피우라고 넌지시 말을 한다.

집에서 1분 거리에 있는 밭이라 조석으로 돌봐도 풀을 잡을 수가 있다. 1분도 안 되는 직장 있는 사람 있으면 나오라며 일하곤 했다. 틈만 나면 밭에 나가 노린재며 잎을 갉아 먹는 벌레와 여치 등을 잡았다. 어느새 이랑 사이는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자라고 하얀 꽃을 피웠다. 하얀 꽃은 피자마자 떨어져 바닥은 염전처럼 하얀 소금밭이 된다.

이때 들깻잎을 따 들깨 장아찌를 담는다. 잎이 누렇게 되며 서서히 잎이 떨어지고 참새와 비둘기들이 오기 시작하면 들깨를 벤다. 버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낫으로 들깨를 베면 들깨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들깨 알이 다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남는 것이 많으리라 위안으로 삼으며 모두 베었다. 어깨와 팔다리가 아프다.

하지만 들깨 수확을 생각하면 아픔은 사라진다. 일주일 정도 두둑에 말렸다가 들깨 타작 작업을 시작한다. 넓은 천막 천을 깔고 들깨를 날라다 부린다. 대나무 막대기를 준비해 한 움큼씩 쥐고 타작을 시작한다. 들깨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다이아몬드 같은 검은색 들깨가 쏟아진다. 타작을 마친 들깨 대는 멀리 던지고 나중에 들깨만 모은다.

들깻대는 남들은 태우지만 나는 그대로 두어 썪어 퇴비가 되도록 그냥 두었다. 모은 들깨를 어레미로 쳐대 거친 잎사귀와 대를 없애고 흙과 탑세기를 바람에 날린다. 이제 검은색 들깨를 자루에 담는다. 다음엔 마지막으로 선풍기를 가져와 들깨를 날려 진짜 알곡만 남게 된다. 초보 농사꾼은 조금 팔고 또 기름 짜 나누어 줄 생각에 마음은 이미 부자가 되었다.

사 먹는 게 싸다며 농사는 헛짓거리라는 귀농한 형님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내 힘으로 정성 들여 가꾸는 재미와 수확할 때의 보람, 나누어 줄 때의 희열을 생각하면 들깨도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내게 소일거리를 만들어 주었고, 기쁨까지 주었다. 내년에도 또 들깨를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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