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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와 우리의 고유 전통문화에 많은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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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와 우리의 고유 전통문화에 많은 관심을
  • 홍성신문
  • 승인 2023.12.0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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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우리동네 생활사투리’

‘우리동네 생활사투리’를 연재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매주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홍성문화원 조남민(57) 사무국장은 ‘우리동네 생활사투리’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에게 사투리는 살아있는 역사이자 문화이다. 지난달 1일 조남민 사무국장을 만난 사투리 연재와 관련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홍성신문에 연재를 하게 된 계기는?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통해서 전라도 사투리가 알려졌다면, 충청도 사투리는 보령출신 이문구 작가의 <관촌수필>, <우리동네>를 통해서 였습니다. 도서관에서 이 책들을 읽다가 웃음이 터져서 난처했던 기억이 새롭지만 문득, 이런 재미있는 우리동네 말이 잊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문구(1941~2003)는 광천 출신 ‘유재필’이라는 인물과 중학교 시절부터 평생을 함께 했는데 이 분을 통해서 사투리와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즉, 충청도 사투리의 정형을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홍성(광천)의 말인 셈인죠.

그럼 유재필은 누구인가요?
유재필(1941~1987)은 광천읍 벽계리 예전 미군부대가 있던 부근에서 태어났습니다. 11살에 보령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여기서 이문구와 인연을 맺고 많은 문학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문구의 ‘유자소전’, ‘그가 말했듯’, 천승세의 장편소설 ‘사계의 후조’, 이시영의 시 ‘길은 멀다 친구여’, ‘유재필씨’ 등이 모두 유재필을 모델로 해 만들어진 문학작품입니다. ‘유명이 갈렸건만 아직도 그대를 찾음이여 오롯이 더불어 살은 진한 삶이었음이네. 수필이 되고 소설이 되고 시가 되어 남음이여 그 정신 아름답고 향기로웠음이네…. 붓을 놓으며 다시금 눈물 젖음이여 그립고 기리는 마음 가이없어라.’ 이문구는 이렇게 유재필을 떠나 보내며 이렇게 그리워했습니다. 또한 ‘뜨악하고 서먹한 궁벽한 방언들을 아주 새삼스럽게, 그것도 그 말이 지닌 본래의 숨결까지 고스란히 살아있는 그대로 재생시켜 주면서 말하는 방언노릇을 톡톡히 해 줬기에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위인이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죠. 우리가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홍성 인물 중의 한 명입니다.

우리동네 사투리만의 특징이나 매력은 무엇인가?
큰 산이나 강으로 가로막힌 지역에서는 그 동네만의 고유한 말들이나 어감이 있습니다. 충남만을 놓고 볼 때, 바다에 연한 서산 태안 당진이 비슷하고, 홍성 예산 보령 청양이 ‘비젓비젓(비슷비슷)’합니다. 요즘은 교통의 발달로 인해 고유한 사투리들이 거의 희석되고 미디어의 범람으로 신조어가 새롭게 발생되면서 사투리가 소멸되거나 변질되긴 했지만 아직도 단어 하나에 큰 매력이 담긴 말들이 있습니다. 우리동네 사투리의 큰 특징은 말을 줄여서 표현한다는 것이죠(넣어->느). 또는 살짝 늘여감으로서 말 맛을 만드는 것도 있고요(토끼->퇴깽이), ‘그류’처럼 ‘그렇다는 건지, 이해했다는 건지, 그렇게 하겠다는 건지’ 복합적으로 함축된 말들도 있습니다.

사투리 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관련 예시를 어디에서 구하는지?
사투리는 일상생활의 어디에서나 존재합니다. 농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특히 많은 것 같고, 사람과의 대화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꾸중하거나 심부를 시킬 때에도 상당히 많더라구요. 아무래도 오랜 삶의 환경 속에서 익숙해진 말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주제는 일상생활로 정하고 있고요, 계절이나 농업과 관련된 말들 중에서 찾는 편입니다. 예시는 주로, 장이 열리는 날 큰 시장을 배회하면서 많이 듣는 편이고,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끼리의 대화에서도 찾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홍성의 토박이라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말이 있고요, 이를 주변 친구들에게 이차 삼차로 검증받고, 동네 어르신들께도 여쭈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흔하게 쓰이는 어떤 말이 우리 고유의 사투리인지, 일본말이 섞인 것인지, 비속어인지를 구별해 내는 작업이 어렵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표준어가 포털의 국어사전에 버젓이 등록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오픈사전처럼 누구나 정의해서 올려 놓은 말들이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갑자기 생각나는 말들을 곧바로 기록해 놓지 않으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운전 중이나 대화 중, 회의 중에 생각나는 단어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투리는 단어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태도나 시선, 음의 고저, 장단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을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투리 연재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연재를 하다 보니, 어르신들께서 ‘젊은 사람이 이런 말을 어떻게 다 알고 있느냐’라고 하시며(젊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래, 이런 말이 있었지’하고 은근히 기억을 더듬으며 재밌게 반응하십니다. 그걸 보고 우리가 어쩌면 사투리를 사용하는 마지막 세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잊혀져 가는 사투리를 다시 사용하자’라는 말이 아니고 사투리는 문화의 한 영역이며 ‘사투리를 알아가는 것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 주고 싶습니다.

사투리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사투리를 쓰면 흔히 촌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광천 출신 소리꾼 ‘장사익’님이 무대에서 항상 우리동네 사투리로 말하는데 그것이 촌스럽던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만의 매력이 오히려 돋보이게 됩니다. 사투리를 애써 외면할 것이 아니라 이것을 활용하여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투리는 표준어에 비해 열등하지 않고 표준어는 사투리보다 비교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투리에는 정이 묻어있죠.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또 그 위의 누군가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다정다감한 언어입니다. 객지에 나가서 우연히 우리 동네 사투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정이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사투리는 더 이상 촌스러운 것이 아니며 문화경쟁력을 갖고 있는 지역의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대접받아야 마땅합니다.

마지막으로 홍성신문 독자하고 싶은 말은?
홍성문화원에서는 사투리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홍성지역 사투리(2020)> 책을 발행했고, 사투리로 제작된 달력을 지속적으로 발간(2022~)하고, ‘홍성 사투리 캘리그라피 공모전(2023)’을 진행하는 등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홍성 사투리 경연대회’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홍성신문 독자분들께서 사투리와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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