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 올이는 베바슴 점 일찍 헐라구 허는디. 전문가이신 자네 생각은 워뗘?
-저니: 벼 일찍 비믄 한갓지구 좋기야 허지, 허거나 말거나 난 논 다 팔았으니께 관심웂네.
<베바슴>은 ‘벼바심’의 뜻이다. ‘바심’은 ‘곡식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는 일’을 말한다. 탈곡, 타작, 추수, 마당질 등과 뜻이 일맥 상통하고, 단순한 ‘탈곡’의 뜻에서부터 ‘가을걷이를 모두 마친 상태’를 폭 넓게 나타내기도 한다.
바심을 우리 동네에서는 ‘바슴’이라고 하는데, ‘바슴 했남’하고 물어보면 ‘곡식을 단순히 베거나 캐었나’라는 뜻으로 이해되고, 한 글자를 더 넣어 ‘바슴 다 했남’이라고 하면, 추수와 관계되는 뒷일까지 다 한 상태를 물어보는 것이다.
바슴은 각종 작물과 결합하여 쓰이는데, 아무래도 논농사가 많은 우리 지역에서는 ‘베(벼)바슴’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밭에서 나는 보리는 ‘보리바슴’. 콩은 ‘콩바슴’, 들깨는 ‘들깨바슴’ 등으로 표현한다.
특히, 조 이삭은 질겨서 잘 떨어지지 않아 온갖 방법으로 비비고 문질러야 간신히 좁쌀을 얻을 수 있는데 이처럼 힘만 들고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쓰는 ‘조바심’이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생겨났다. 반면 깨바심은 살짝 털기만 해도 우수수 잘 떨어지기에 ‘즐겁고 재미난 일을 ’깨가 쏟아진다‘라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