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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공경하고 자식 키우다 보니 어느새 내 자신이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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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공경하고 자식 키우다 보니 어느새 내 자신이 ‘노년’
  • 윤종혁
  • 승인 2023.12.16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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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란, 노년층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것을 말한다. 고령화 현상이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년층 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노년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노년 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2018년에는 14%를 넘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군도 예외는 아니다. 일 기준 홍성군 전체 인구의 25%가 65세 이상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편집자 주>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면 ‘나이듦’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아무리 건강하고 돈이 많아도 나이듦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홍북읍 김진하(66·가명) 씨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관리직으로 30년 넘게 일하고 5년 전 정년퇴직을 했다. 김 씨는 부인과 함께 아파트에서 86세인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20대 초반인 딸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20대 후반인 아들은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김 씨는 “곁눈질 한 번 안 하고 성실하게 일만 하며 살아왔다. 부모님 모시고 자식 키우다 보니 어느새 정년을 맞이했고, 아이들이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아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있다”며 “어느날 내 삶을 되돌아보니 노인이 돼 있다는 것이 너무 서글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홍성군 4명 가운데 1명은 노인이다. 홍성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인구로 편입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1960년대 생은 경제발전을 이룬 산업화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이 이제 노인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아직 일하고 싶어한다.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을 키우다 보니 어느새 내 자신이 노년이 됐다. 노인들이 지난달 아침 홍성읍 역재방죽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자식 뒷바라지에 나를 위한 노후는 뒷전

홍성읍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서용길(64) 씨는 “부모님은 모두 살아계시고, 자식이 2명인데 대학생이다. 돈 들어갈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남들은 퇴직을 하고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있는데, 나는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서 10년은 더 일해야 할 것 같다. 혹시라도 몸이 아파 일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곤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년 전 공무원으로 퇴직한 이모(63) 씨는 “부모님 공경하고 자식 키우다보니 어느새 내 자신이 노년을 앞두고 있다. 젊었을 때 여행도 많이 못 다니고, 취미도 없이 지낸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 이제는 여기저기 몸도 아파서 가볍게 등산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운동도 별로 없다”며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노년을 맞이할 준비를 별로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무엇인가를 배우고,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한태영 과장은 노인복지관을 찾는 많은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들이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돈을 떠나서 아침에 집에서 나와 어디론가 출근해서 일을 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꿈꾼다. 그렇지만 현실은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별로 없다 보니 노인들이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어 무기력하게 지내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청로회 이철이(68) 대표는 노인이지만 아직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독거노인을 돌보는 등 사회복지를 실천하며 살아왔다. 이 대표는 “사회가 변했다. 젊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노인이 되고 있다. 몇 년이 지나면 우리 주위에 노인이 엄청 많아질 것”이라며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은퇴자 위한 사회복지와 새로운 문화 만들어야”

이철이 대표는 “매년 10월 2일 노인의 날이 되면 노인의 권리와 복지 향상에 대해 여기저기서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노인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중앙정부에서 만든 정책을 받아서 추진하는 것에서 벗어나 노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후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 중심의, 현실에 맞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노인들에게 반찬 제공 등 지역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서로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자를 위한 사회복지 증진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은퇴라는 말을 스스로 내뱉기는 조금은 거리낌을 주는 단어”라며 “은퇴는 피할 수 없는 누군가 한 번씩은 맞이해야하는 절박한 현실이다. 한국의 장년사회는 헤아릴 수 없는 경륜과 지식을 간직한 채 오래된 것은 구식과 퇴물이라는 이름 속에 사장되고 있다. 젊은 세대와 장년, 노년층이 서로 끌고 밀면서 늙어가는 한국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성재 전 교수는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고령화사회> 책을 통해 “현재 전개되고 있고, 앞으로 전개될 고령사회 현상은 현재와 같은 정책 패러다임으로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적합한 대응책을 찾아내기도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고령화사회는 사회체계 전체가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라며 정책에 대한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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