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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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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사람이 먼저다
  • 홍성신문
  • 승인 2023.10.30 08: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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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농업협동조합 양곡 판매사업 논란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해당사업을 주관했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논란의 골자는 서부농협이 천수만미곡처리장(RPC)에 대출해 준 벼 확보 대행 자금 93억원과 서부농협이 조합원 등으로부터 사서 RPC에 보관하고 있던 벼 대금 23억원을 합해 116억원이 상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은 이 돈의 회수가 문제다. 모두 회수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다.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누구의 한 푼 도움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조합원과 직원이 짊어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번 일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관리 부실이 드러난다면 그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하길 바란다. 이는 직원의 안타까운 결정 앞에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다만, 그 책임이 실무를 담당했었던 직원들만의 몫으로 돌려지는 일은 절대 없길 바란다. 책임지는 게 리더다. 정책적 결정을 했던 임원은 물론 관여하고 지시하고 감시하고 확인해야 했던 사람들 모두 그 직급에 따라 정당하게 책임이 돌아가야 정당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를 농협,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길 주문한다.

농업협동조합법은 지역농협의 목적을 ‘조합원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하여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또 협동조합기본법은 조합의 설립 목적을 ‘구성원의 복리 증진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하며, 조합원등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수요에 부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많은 농협이 혈안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실적 쌓기가 이 목적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실적이냐는 얘기이다. 농협생명보험 모집 전국 1등 3연패, 5연패가 조합원의 살림살이를 얼마나 불렸는지 모르겠다. 상호금융대상, 경제사업·판매사업 순위, 종합경영평가 등이 과연 조합원을 위한 업적인지 궁금하다. 조합 자체, 조합장에게 필요한 실적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직원이 과도한 경쟁과 업무에 내몰리거나 조합원이 주인이 아니라 사업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실적에 따라 줄 세우기하고 지원하는 평가 방법도 손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팔아주었는지가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얼마나 많은 농산물을 취급했는지가 왜 실적이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조합의 운영 원리상 수익 자체를 터부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익을 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합원들도 출자 배당, 이용고 배당을 많이 줘야 좋은 조합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조합원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칭찬할 일일 수 있다.

조합은 법인(法人)이다. 실제 사람이 아니고 법으로 사람의 자격을 부여한 무형의 존재이다. 가짜 사람의 운영을 위해 진짜 사람이 고통 받거나 대상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협동은 더불어 살기 위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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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 2023-11-11 10:13:09
좋은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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