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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사회가 ‘탈핵’으로 방향 전환하는 변곡점의 해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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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사회가 ‘탈핵’으로 방향 전환하는 변곡점의 해로 만들자
  • 홍성녹색당 이재혁
  • 승인 2023.10.30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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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처리됐다며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상황을 지켜보다, 34년 전 우리 사회에 벌어졌던 어떤 사건을 떠올려 본다.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영남권 시민들은 1991년도를 잊지 못할 것이다. 짐작한 분들도 있겠다. 1991년은 바로 ‘낙동강 페놀 사건’이 발생했던 해이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두산전자에서 페놀 원액 30톤이 유출돼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갔고 대구시의 한 수원지에 유입되어 대구 시민들이 페놀수돗물에 노출된 사건이다. 유출사고로 30일 조업정지 처분이 내려졌으나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20일 만에 조업이 재개됐다.

조업 재개 후 2주 뒤 또다시 페놀이 유출되는 2차 페놀 유출사건이 발생하였고 이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화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건 발생 5개월 전부터 1일 평균 1.7톤의 페놀 폐수를 투기했다는 것도 추가로 밝혀졌다.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투기가 무슨 연관성이 있겠나 싶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인상 깊은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사건의 차이점이 있다면, 몰래 버리느냐, 대놓고 버리느냐는 정도일 뿐.

“괜찮다, 안전하다.” 낙동강 페놀사건 1차 유출 이후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과 환경청장은 페놀이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고 국회 보건사회상임위에 제출한 자료에는 페놀은 유해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10월 5일부터 방사능 오염수 2차 방류가 시작됐다. 방류 후 일주일 만에 삼중수소 농도가 검출 한계치를 4차례 초과해 검출된 것이 나타났다고 한다. ‘1차 방류 이후 한 달여 간 검출한계치를 단 한 차례만 초과했던 이전 추이에 비해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신문기사를 봤다. 그러나 정부는 “특이사항 없이 진행 중”이라며 IAEA 평가를 옮겨 발표했다.

“환경엔 관심 없다.” 1차 페놀 유출로 3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두산전자는 조업정지 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신청했고 당시 환경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전자제품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경제계의 압력을 받고 조업 정지를 17일 만에 변칙적으로 해제했다.

일본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2019년 일본 공익사단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가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국민부담’이라는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양 방출을 하지 않고 오염수를 처리할 경우 그 비용은 51조엔에 이르지만,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에 투기할 경우 11조엔의 비용밖에 들지 않는다고 추산했다. 약 40조엔(413조)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돈’의 논리에 ‘환경’이 잡아먹힌 셈이다.

두 가지 장면에서 보았듯 34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정부는 “괜찮다”,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환경보다는 경제, 즉 돈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면 돌고 도는 역사현실 앞에 무기력하기만 할 텐데, 34년 전 사건에서 조그마한 희망을 찾아본다.

환경운동 역사에서 91년 ‘낙동강페놀사건’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전국적인 관심사로 확장시킨 ‘환경운동의 지평을 넓힌 사건’으로 기록한다. 나는 2023년 ‘방사능 오염수 투기 사건’을 통해 핵 발전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탈핵’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는 변곡점이 되는 해로 기억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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