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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먹어가는데 갈 곳도 없고, 돈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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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먹어가는데 갈 곳도 없고, 돈도 없고…
  • 윤종혁
  • 승인 2023.12.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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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읍 노인종합복지관 인근 정자에 노인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노인들은 한결같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홍성읍 오관리 김광섭(76) 씨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홍성도서관에서 주차관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운송업을 하다가 10여 년 전 운전대를 손에서 놨다. 젊은 시절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별다른 취미 활동도 하지 않고 돈 버는 일에 매진하다 보니 나이를 먹어 딱히 취미라고 내세울 것이 없다.

김 씨는 “아이들은 모두 결혼을 했고, 아내와 둘이 살고 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친구들과의 모임도 줄어들고 있고 갈 곳도 마땅치 않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돈이 들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만나는 것을 꺼려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홍성읍 임인재(75) 씨는 전직 경찰 공무원이다. 퇴직 후 텃밭을 일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금을 받아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지만 마음 편히 갈 곳이 별로 없기는 주위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간이 되면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임 씨는 “돈을 떠나 규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노인들의 건강한 사회 활동을 지원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비 지원 등 사회복지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노동 인구 비중이 줄어들게 되고, 노인 인권과 주거 문제, 노인 일자리 등 여러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노인들은 ‘갈 곳이 없고, 일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열심히 일 하고 살다 보니 어느새 노인

홍성읍 강영태(75) 씨는 “한푼이라도 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30년 넘게 자영업을 했다. 주변 상권이 변하면서 자영업을 접었고, 현재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한 달에 3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강 씨는 “마땅히 갈 곳이 없고, 움직이면 돈이라 여기저기 다니기가 부담스럽다. 노인종합복지관 점심이 1000원이라 그나마 복지관이 있어 다행이다.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읍 김경자(77) 씨는 젊어서부터 일을 손에 놓지 않았다. 지금은 오전에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을 한다. 오후에는 특별히 갈 곳이 없어 주로 집에 있는다. 김 씨는 “아들 내외, 손주와 함께 살고 있는데 계속 일을 하고 싶다. 돈을 벌기 보다는 일을 할 때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을 경로당과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홍성군노인회관 등이 있다. 마을 경로당은 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홍성읍행정복지센터 인근에 위치한 홍성군노인회관에서 경로당 이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노인대학 등 노인들을 위한 배움의 공간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홍성읍 오관리 청솔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노인종합복지관은 60세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하루 평균 300여 명이 노인복지관을 찾는다고 한다. 회원들은 노인복지관에서 평생교육 및 취미 활동, 상담, 회원 교류 등의 활동을 한다. 회원들에게 점심을 제공한다.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한태형 과장은 “많은 분들이 노인종합복지관을 찾고 있다. 노인분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아하시지만 또래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임인재 씨 역시 “노인종합복지관이라도 와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노인들이 낮에 갈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혼자 밥 먹는 게 너무 싫고 외롭다”

지난 10월 24일 오후 1시.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인근 공원에 문귀례(88) 씨와 도정옥(85), 김영옥(79) 씨가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노인들은 한결같이 “갈 곳이 없어 심심하고, 몸이 자꾸만 아파져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혼자 산 지 17년이 된다는 도정옥 씨는 “혼자 있는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말할 사람도 없고, 혼자 밥 먹는 것도 싫다. 외로움이 제일 크다”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군에서는 노인들을 위해 ‘어르신 스마트 놀이터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홍성군 노인을 위해 운동시설과 휴양시설 설치 및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인근 노인종합복지관 등과 연계해서 노인들을 위한 참여형 어르신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니어 종합문화복지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홍성군은 ‘2023년 고령자복지주택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고령자복지주택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노인들의 주거 안정과 돌봄, 요양 등 맞춤형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고령자복지주택은 65세 이상 노인들의 건강과 생활환경을 고려해 무장애 설계가 적용된 맞춤형 주택으로 주거지 안에서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택과 복지시설을 복합 건설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군에서는 고령자복지주택 사회복지시설에 노인복지관 신축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군청 장현모 경로복지팀장은 “고령자복지주택 사업을 통해 노인복지관을 신축해서 노인들에게 다양하고 전문적인 복지프로그램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태영 과장은 “노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일자리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한다. 노인 일자리에 대한 다양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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