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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소득 정산제’ 시행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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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소득 정산제’ 시행에 즈음하여
  • 대한고령친화산업학회 이성복 이사
  • 승인 2023.10.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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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소득활동 중단 또는 소득 감소된 경우, 보험료를 조정 신청 후 요건 충족 시 감액 적용을 하되 이듬해 11월에 소득을 확인하여 보험료를 재산정하는 ‘소득 정산제’가 다음 달 시행된다.

그동안 직장가입자는 매년 4월, 전년도에 실제 받은 월급을 기준으로 그 해의 건강보험료를 정산하고 4월부터 다음 연도 3월까지는 전년도 정산보험료를 기준으로 보수월액 보험료를 가 산정 부과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근로소득 정산제도를 운영해왔다. 결국 지역가입자에게도 일부 소득 보험료에 대해 유사한 방식을 적용하게 되는 셈이다.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재산은 일정 시점에서 정의되는 측정지표인 저량(stock)에 속하지만, 소득은 일정 기간, 즉 단위 시간당 정의되는 측정지표인 유량(flow)에 속하기 때문에 공정한 보험료 산출을 위해서는 사후 정산이 필요하다.

지역가입자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의 경우 매월 일정한 보수를 받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 발생이 불규칙적이어서 건보공단은 그들의 보험료를 적정하게 부과하고 조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시간 소득을 파악할 수 없어 폐업 등 소득 활동 중단이나 소득이 감소하였을 때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외환위기 무렵인 1998년부터 건보료 조정제도를 운용해 왔으나 공단이 조정 이후의 소득 상태 변화를 알 수 없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일부 가입자의 경우, 소득중단 신고 후 소득 활동을 재개하여 오히려 소득이 증가했음에도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험료를 감액 받거나 피부양자로 올리는 등의 ‘편법 회피’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번역가 등 프리랜서가 수천만 원 소득이 생겨도 해촉증명서를 내면 소득에 대한 건보료는 0원으로 조정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9년도에 해촉증명서를 제출해 감액조정을 하고 보험료를 부과하지 못한 소득이 약 4조7000억원으로 총 57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수입이 불규칙한 지역가입자의 경우 현재 소득 발생 여부 파악에 제한이 있고 해촉증명서 제출에 따른 보험료 조정 후 다음 해에 소득을 확인하더라도 보험료를 다시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 건강보험료 부과를 편법으로 회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관련 제도 개선 연구와 전문가 논의 등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22년 9월 2단계 부과체계 개편 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그 해결책으로 이번에 소득 정산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발생 연도의 소득을 반영한 보험료를 부과하여 가입자 간에 공평 부과가 실현되고 실제 소득을 반영한 보험료 부과로 성실 납부자에 부담이 전가되는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또한 이번 정산제 도입에 따라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보험료 조정 민원도 앞으로 줄어들고 보험재정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보편적 의료보장의 롤 모델로 UN에서 인정받고 운영시스템을 후발 국가에 전수할 정도로 성장하였지만, 사회보험제도로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선진제국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대표적인 것이 보험료 부과체계이다.

필자는, 좋은 제도는 국민이 이해하기가 쉬워야 하고 수용성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우리나라의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과체계는 복잡하여 국민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간 보험혜택은 균등하지만, 지역가입자에게만 재산보험료를 부과하는 등의 부과체계가 이원화되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권의 침해문제도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 보험료 비중을 높이는 단계적 개편 법률안이 2017년 4월 공포되었고 1, 2단계 부과체계 개편에 이어 공정 부과 실현을 위한 소득 정산제가 이번에 실시되지만 앞으로 재산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부과 대상 소득 및 그 비중을 확대하여 궁극적으로 소득 중심의 단일 부과체계를 구축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사회보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건강보험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정책당국 및 정치권의 지혜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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