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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산 기슭 선암마을 지명 유래가 되는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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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산 기슭 선암마을 지명 유래가 되는 바위
  • 홍성신문
  • 승인 2023.10.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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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바위 이야기 <16>
선암.
선암마을 표지석.

지기산은 해발 294m이며 광천읍 벽계리와 은하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지기산 정상에는 미군부대와 레이더기지가 있었다. 지금도 지기산 상봉에는 옛날 미군이 주둔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기산 동쪽 기슭에 광천읍 벽계리 선암(仙巖)마을이 있다. 마을 뒤쪽에 성벽을 두른 것처럼 거대한 바위가 서있는데 마을 이름과 똑같다. 선암에는 두 형제를 입양하여 기른 어머니의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선암마을에는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홀로된 과댁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로 동냥 온 두 형제가 불쌍하여 양아들로 입양하여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형제들도 과댁의 마음을 아는지 성실하고 착하여 친어머니처럼 따랐다. 과댁은 형제들을 서당에 보냈는데 금방 글눈을 뜨기 시작했다. 집안에는 두 형제의 글 읽는 소리가 가득했고 나날이 실력도 늘어갔다. 세월이 흘러 형제들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갔고 급제 소식이 들려왔다.

형제들은 벼슬살이를 위해서 과댁의 품에서 벗어나 멀리 떠나게 되었다. 과댁은 두 아들이 서로 모셔가겠다고 했지만 시부모와 남편의 산소가 있는 마을을 떠날 수가 없었다. 형제들은 하는 수 없이 과댁을 남겨두고 근무지로 떠나갔다. 세월이 흘러 과댁은 숨을 거뒀고 큰아들이 낙향해 밤낮으로 정성껏 산소를 지켰다.

어느날 큰아들이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앉아 무덤을 지키고 있을 때였다. 한밤중에 바위 아래 계곡에서 인기척이 들려오므로 귀를 쫑긋 세웠다. 아, 그런데, 맑은 계곡에서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있지 있은가. 그 중에 한 선녀는 분명히 어머니였다. “어머니! 어머니!”

큰아들은 너무도 반가워 어머니를 부르며 바위 쪽으로 뛰어갔다. 깜짝 놀란 선녀들은 재빨리 옷을 입고 바위로 뛰어 올라갔다. 갑자기 바위 주변에서 오색구름이 피어오르며 하늘로 올라가는 어머니와 선녀들을 감싸고 있었다. “…….” 어머니는 큰아들을 향해 손짓하며 무슨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큰아들이 노환으로 자리에 누웠는데 바위에서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자, 어두운 밤인데도 바위 주변은 대낮처럼 밝았다. 바위 위에 한 선녀가 우뚝 서서 큰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녀는 분명히 어머니였다. “어머니! 어머니!”

큰아들은 어머니를 크게 불렀다. 점점 다가오는 선녀가 부드러운 손을 큰아들에게 내밀었다. 큰아들은 그날 밤 아주 편안한 얼굴로 숨을 거뒀다. 큰아들의 임종을 선녀가 된 어머니가 지켜준 것이었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바위를 ‘선바위’ 또는 ‘선암’으로 불렀다. 마을 이름도 바위와 똑같은 선암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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