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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인식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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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인식 바꾸고 싶다”
  • 신혜지 기자
  • 승인 2023.09.16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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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프 김태우 대표

포프(Flow on Floor) 김태우 대표가 오는 24일까지 지역의 향을 담은 ‘내 지역의 가치’ 전시회를 홍성읍 아문길벗에서 진행한다. 포프는 홍성복합문화창업공간인 잇슈창고의 입주 기업 중 하나로, 청년창업가로서의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백월산 정상서 찾은 홍성의 가치

김태우(29) 대표가 처음 홍성군을 찾은 건 20살에 청운대 패션디자인섬유공학과에 입학하면서였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대표가 홍성에 처음 왔을 때는 실망이 가득했다고 한다. 시골이라고 하면 명절마다 가던 산소 이미지만 떠올랐고, 군 단위 지역에서 생활을 하면서 불편함이 많았다. 졸업을 앞두고 학생 창업을 시작했을 때도 서울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중 지역에서 정착한 창업 선배를 만나게 됐고, 선배가 관광을 시켜 주면서 처음으로 홍성 명소를 가 보게 됐다.

“선배가 백월산, 죽도 등을 한번 가 보자고 해서 가 봤었다. 생각보다 그 장소들이 너무 예뻤고, 백월산 정상에 처음 올라갔을 때는 그동안 홍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 사라질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선배가 ‘홍성군은 내세울 만한 특산품이 부족하고, 기념품도 많이 부족하다. 네가 이런 쪽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해 줬다. 백월산에 올라가 보고 생각이 바뀐 나처럼 시골은 굉장히 지루하고 따분하고 볼 거 없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사람들에게 한번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어 홍성에 남게 됐다.”

2017년 ‘설림’이라는 문화·예술 관련 청년창업기업을 설립했으나 코로나19로 위기를 맞게 됐다. 지역 자원과 연결해 백월산·오서산·용봉산을 가리키는 ‘백오용’이라는 디퓨저를 개발하기도 했으나 원료를 주고,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 모두 폐업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난해 8월부터 ‘포프’를 창립하면서 백월산·오서산·용봉산의 정취를 담은 룸스프레이 3종을 출시하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포프는 로컬 콘텐츠를 기반으로 라이프 스타일의 전반적인 제품을 만들고, 이후에는 카페나 식당 등 요식업까지 분야를 넓여 하나의 로컬 타운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계열사 브랜드인 ‘레이럴(LAYLAL)’은 로컬 상품을 기획하는 회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법인 설립을 앞두고 계열사 브랜드로 런칭하게 된 회사가 ‘레이럴’이다. 레이럴은 방향제만을 판매하는 회사는 아니다. 로컬 상품을 기획하면서 그 시작을 방향제로 설정하게 됐는데, 소비자들의 인지도나 관심도가 꽤나 긍정적이었다. 레이럴, 그리고 포프가 궁극적으로 하는 일 자체가 로컬에 기반을 두고 있고, 로컬을 탐구하며 찾아나서는 일이 기반으로 깔려 있다. 특히나 저는 귀촌을 한 사람이다 보니 지역의 자원이나 가치들을 발굴함에 있어서 되게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조금 더 확장시키기 위해 주민들이 생각하는 지역의 아름다운 곳, 가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지역 탐색을 하고자 하는 취지의 활동을 너무 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홍성군문화특화사업단에서 진행하는 ‘2023 누구나 기획자’에 참여해 ‘내 지역의 가치’라는 전시회를 9월 5일부터 24일까지 열 수 있게 됐다. 지역의 가치를 향으로 표현한 조향 전시로, 주민들이 생각하는 홍성의 모습, 소개하고 싶은 홍성의 장소를 작품 주제로 정했다. 이철주 조향사가 참여해 주민들에게 조향을 위한 표현법을 알려 주고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조향 작품을 보다 더 관람객들에게 공감시키기 위한 매개체인 그림 작품은 채정옥 작가가 함께 참여해 도움을 줬다.

이응노 생가터, 속동 바다, 충남도청, 홍양저수지, 홍주성 등 주민들이 생각한 다양한 홍성의 모습이 글, 그림, 향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전시회다. 김 대표는 먼저 작품 설명을 읽고, 그림을 본 뒤 향을 맡으면 보다 전시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고 추천했다. 솔방울이나 돌에 조향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기획부터 전시까지 약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더 많은 주민과 함께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배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였다. 23명의 주민이라도 함께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아문길벗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8명, 8명, 7명의 작품을 3주간 나눠 전시하게 됐다. 보다 큰 공간을 빌려 모든 작품을 한번에 전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아문길벗에서 오는 24일까지 김태우 대표가 기획한 '내 지역의 가치' 전시회가 진행된다.
이 전시회는 홍성에서 처음 시도하는 조향 전시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전시회다.
김태우 대표가 전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역 명소 알리기 위한 활동 참여

지난 8월에는 채소생활과 함께 ‘장곡면 문화마을지도’를 제작했다. 장곡면의 다양한 장소를 생활 편의 시설, 문화시설, 지역 명소, 마을소통센터 등의 테마로 나눠 지도에 담았다. 지도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정보 전달의 정확성이었다. 가장 먼저 지도를 접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장곡 주민일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 많은 주민을 만났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여기라면 지도에 나올 법하지’라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중요시 여겼다. 그러다가 타지 사람들이 온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장곡을 대표하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을 알리자는 취지로 지도를 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처음 지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던 청년이 어느덧 지역을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김태우 대표는 앞으로도 홍성에 뿌리를 내리고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도 홍성군의 청년창업가로서 작은 골목길 한켠에 포프의 계열사들로만 채우는 게 궁극적인 목표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

김태우 대표가 제작에 참여한 장곡면 문화마을지도. 사진=홍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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