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하고 청명한 가을 날씨에 장사익 소리판 공연이 지난 9일 홍주읍성 안에서 6000여 군민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공연에서 홍성이 낳은 우리나라 최고의 가객 소리꾼인 장사익은 자기 고향 홍성에서 원 없이 노래를 불렀다. 혼을 다해 부른 ‘찔레꽃이나 꽃구경하러 가요, 다 같이 부른 아리랑’은 아직도 가슴속에서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늦더위를 대비한 화요회의 모자 3000개 준비나, 안전사고에 대비한 홍성경찰의 질서유지와 교통지도, 그리고 이날 참석한 홍성군민들의 수준이 높은 문화 의식으로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홍주문화관광재단의 꼼꼼한 준비와 함께 우리 군민들의 수준이 선진국 어느 국민보다 뒤지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듯 이날 공연에 대해 몇 가지 아쉬운 장면을 복기해 본다. 먼저 이날 공연의 목적은 서부 산불 피해 주민 위로 공연이었다. 영원히 씻어지지 않을 산불 피해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상(喪)을 치른 유족이 애도를 표한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듯 서부 산불 발생 때부터 음으로 양으로 도운 사람들과 성금을 모금하는 데 참여한 수많은 군민에게 군수의 노래 대신에 산불 피해 주민 대표가 연단에 올라 군민들에게 감사 인사 한마디 했으면 참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고장이 배출한 가객 장사익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날 공연에서 군수, 도의원, 군의원들은 내빈으로 성대한 소개를 받았다. 그것으로 마무리되었으면 좋았을 것이 어느 순간 이용록 군수가 연단에 올라 꽃다발을 전달하고 노래까지 목청껏 불렀다, 밤 8시까지 도착 예정이었던 홍문표 의원이 공연 끝날 때까지 도착하지 않자 장사익 선생은 ‘4선의 홍문표 의원이….’라면서 홍문표 의원을 띄워주는 말까지 했다. 이런데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나오는지 모른다.
군수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 것이나 참석하지도 않은 홍문표 의원을 언급한 것이 장사익 선생의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와 한 것인지, 군수나 홍문표 의원 측근의 요구에 의해 사전에 짜 맞춘 시나리오인지 우리는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다. 군수는 최근 각종 행사장에서 자주 노래하는 게 목격돼 군수 측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닌가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뿐이다.
장사익 선생은 게스트를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한 분이 어떤 마음으로 오해받기를 무릅쓰고 자연스러움을 가장해 이날 정치인을 끌어들였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자발적이었는지 반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뒤끝이 왠지 모르게 씁쓸함은 감출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사익 선생은 우리 고장이 배출한 걸출한 가객이다, 정치적이든 어떤 구설수든 엮이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가 그를 진정한 가객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군수가 노래한 곡 한 걸 가지고 뭘 그렇게 까탈스럽게 지적하느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BTS 공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던가, BTS 가수가 공연 중 특정 정치인을 띄워주기 하면 전 세계 팬들이나 여·야 정치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 번쯤 숙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것은 BTS나 우리고장의 자랑 가객 장사익에 독배의 잔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