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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내 고향! 장사익 공연, 옥에 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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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내 고향! 장사익 공연, 옥에 티는?
  • 이경현
  • 승인 2023.09.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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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화창하고 청명한 가을 날씨에 장사익 소리판 공연이 지난 9일 홍주읍성 안에서 6000여 군민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공연에서 홍성이 낳은 우리나라 최고의 가객 소리꾼인 장사익은 자기 고향 홍성에서 원 없이 노래를 불렀다. 혼을 다해 부른 ‘찔레꽃이나 꽃구경하러 가요, 다 같이 부른 아리랑’은 아직도 가슴속에서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늦더위를 대비한 화요회의 모자 3000개 준비나, 안전사고에 대비한 홍성경찰의 질서유지와 교통지도, 그리고 이날 참석한 홍성군민들의 수준이 높은 문화 의식으로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홍주문화관광재단의 꼼꼼한 준비와 함께 우리 군민들의 수준이 선진국 어느 국민보다 뒤지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듯 이날 공연에 대해 몇 가지 아쉬운 장면을 복기해 본다. 먼저 이날 공연의 목적은 서부 산불 피해 주민 위로 공연이었다. 영원히 씻어지지 않을 산불 피해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상(喪)을 치른 유족이 애도를 표한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듯 서부 산불 발생 때부터 음으로 양으로 도운 사람들과 성금을 모금하는 데 참여한 수많은 군민에게 군수의 노래 대신에 산불 피해 주민 대표가 연단에 올라 군민들에게 감사 인사 한마디 했으면 참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고장이 배출한 가객 장사익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날 공연에서 군수, 도의원, 군의원들은 내빈으로 성대한 소개를 받았다. 그것으로 마무리되었으면 좋았을 것이 어느 순간 이용록 군수가 연단에 올라 꽃다발을 전달하고 노래까지 목청껏 불렀다, 밤 8시까지 도착 예정이었던 홍문표 의원이 공연 끝날 때까지 도착하지 않자 장사익 선생은 ‘4선의 홍문표 의원이….’라면서 홍문표 의원을 띄워주는 말까지 했다. 이런데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나오는지 모른다.

군수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 것이나 참석하지도 않은 홍문표 의원을 언급한 것이 장사익 선생의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와 한 것인지, 군수나 홍문표 의원 측근의 요구에 의해 사전에 짜 맞춘 시나리오인지 우리는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다. 군수는 최근 각종 행사장에서 자주 노래하는 게 목격돼 군수 측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닌가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뿐이다.

장사익 선생은 게스트를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한 분이 어떤 마음으로 오해받기를 무릅쓰고 자연스러움을 가장해 이날 정치인을 끌어들였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자발적이었는지 반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뒤끝이 왠지 모르게 씁쓸함은 감출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사익 선생은 우리 고장이 배출한 걸출한 가객이다, 정치적이든 어떤 구설수든 엮이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가 그를 진정한 가객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군수가 노래한 곡 한 걸 가지고 뭘 그렇게 까탈스럽게 지적하느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BTS 공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던가, BTS 가수가 공연 중 특정 정치인을 띄워주기 하면 전 세계 팬들이나 여·야 정치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 번쯤 숙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것은 BTS나 우리고장의 자랑 가객 장사익에 독배의 잔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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