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들이 봇물 터지는 시기이다. 지난 주말, 예산과 청양의 지역축제, 그리고 홍동면 마을 축제장을 다녀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조로 의원이 아니라 주민의 한 사람으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편안하게 둘러봤다.
우선, 2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는 ‘예산 맥주 페스티벌’은 민관 협업으로 지역맥주와 통돼지 바비큐를 선보여 화제가 됐던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대성공을 거둔 가운데 지역축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보도를 접했다.
오는 11월 초 개최 예정인 ‘2023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 in 홍성’ 축제가 더본코리아와의 협업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미리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떠오를 만큼 개인적으론 축제다운 어떤 것도 즐기지 못했다. 야외테이블이나 예산시장 내 실내테이블 배정은 물론 통돼지 바비큐 맛보는 것조차 최소한 2~3시간 정도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다고 축제장에 공연이나 체험 등의 다른 즐길거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결국 사람 구경만 하고 돌아선 꼴이 됐다.
물론 많은 방문객들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됐을지는 몰라도 축제 본연의 정체성이나 지역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개인 SNS에 ‘철학도 정체성도 없는 어수선한 축제’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곤욕을 치렀지만, 여전히 ‘예산 맥주 페스티벌’ 축제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24회라는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청양 고추ㆍ구기자 문화축제’는 로컬 축제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번 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약 7만명이 방문해 건고추 15.5톤, 4억8000만원을 포함 3일간 총 6억8000만원의 농산물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인구 3만명의 농어촌축제치고는 과히 성공적이라 하겠다.
다만 숙제는 있다. 단순 이벤트성 행사를 줄이는 것과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콘텐츠 부족이다. 해마다 유명 가수들이 축제를 장식하는데 이럴 경우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축제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다반사다. 단 몇 분을 위해서 축제예산의 상당한 부분이 사라진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홍동면 백동 빨래터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마을 축제로 옛 우물터 복원을 축제의 모티브로 삼았다. 1회와 비교해 특별한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홍성군에는 문화도시 특화사업으로 수십 개의 마을 축제에 1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앞으로 지자체 보조금이 사라진다면 마을 자체적으로 축제를 지속할 수 있는 마을이 과연 몇 군데나 될까? 결국 마을 축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200~300만원의 보조금 지원보다 먼저 지역주민들의 결속과 유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자체에서는 선택과 집중으로 잘 운영되는 마을 축제 몇 곳을 선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된 세 군데의 축제장을 돌아보면서 당장 11월 개최 예정인 ‘2023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 in 홍성’ 축제의 성공을 위해 미리 뼈아픈 지적을 하련다. 무엇보다도 지역 특색과 축제의 전통성을 살리고 축제 본질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단순히 관광객들이 많이 오게 하는 것을 떠나 지역적 특색이 묻어나는 참여형 체험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 시대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것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축제는 주체도 객체도 모두 사람이다. 성공도 실패의 원인도 모두 사람들에게 있다. 철저한 준비와 원칙을 지키는 축제, 아울러 축제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축제, 이것이 바로 성공 축제의 지름길이지 않을까? 유명 인사의 도움으로 반짝 빛나는 축제가 아니라 축산단체 및 지역 공동체의 합심으로 지속가능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생명력을 갖추는 ‘2023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 in 홍성’ 축제의 성공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