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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관계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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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관계의 갈림길
  • 김미경 청운대 교수
  • 승인 2023.09.13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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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관계를 맺는다. 관계는 공유적이고 교환적이다. 공유적 인간관계는 서로간의 행복과 불행에 각별한 책임감을 느끼며, 내면적인 특성이 공유되어 상호의존적 존재로 인식한다. 가족, 연인, 매우 친한 친구관계에서 나타난다. 교환적인 인간관계는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거래적이며 교환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이득과 손실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혜성의 원칙과 주고받음의 형평성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는 이유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처럼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관계(關係)의 의미가 문(門)을 경계로 출입이 분명한 동아리에 포함되어 사람들 간의 상호호계적인 연계를 잇는 것으로 규정되는 것처럼 삶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날씨가 추워져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㨄也)”는 논어의 구절처럼 힘들고 어려워질 때 든든한 관계는 빛을 발한다. 그래서 관계는 우리 공동체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인생을 살면서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 또한 관계에서 발생한다.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연결하고 호응한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자원을 동원한다. 그러나 부부 간에도, 부모자식 간에도 관계는 쉽게 균열된다. 직장에서도 동료 관계의 균열이 생기면 일터를 옮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관계의 형성도 어렵지만 유지도 힘들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관계 다이어트’를 위해서 내 삶에 ‘의미 있는 타인’이 누구인가를 가늠해보게 한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일관성 있게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사람, 나의 의견과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 개인적 성장을 촉진하는 사람, 정서적 심리적으로 신뢰할 만한 사람, 나의 인생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의미 있는 타인이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이런 ‘의미 있는 타인’보다는 ‘이용하려는 타인’이 많았던 것 같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화하고 도구화하여 관계를 갖지만 소용이 없으면 버림을 받는 그런 ‘비정한 타인’들이 형제(兄弟)라는 이름으로 같이 섰던 것 같다. ‘의미 있는 타인’이 내 인생에 드문 존재이니 이를 교훈 삼아 ‘의미 있는 타인’이 되려고 노력하였으나 그것도 부질없는 일임을 깨닫는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에 낭만을 꿈꾸는 이상주의일 뿐 이다. 그냥 무심하게 각자 살아가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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