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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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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해봤어?
  • 이두원 전 홍성군의원
  • 승인 2023.08.07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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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해보긴 해봤어?’ 이 말은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언급한 정주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어록이다.

정주영 회장이 울산 미포만 모래사장에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소 건설 계획 언급 당시, 대부분의 현대건설 간부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아니 되옵니다’를 반복할 때 정주영의 직원들에 대한 일갈이자 일침이었다. 그는 결국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내보이며 버려진 모래사장을 세계 최대의 조선소로 성공시킨다.

나는 이 위대한 기업가의 성공 사례가 본인이나 주변의 필부들에게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마땅히 생각한다. 그만큼 위대하다. 그러나 그의 자세와 철학을 배우려는 필부들의 노력을 ‘헛수고’라는 패배주의로 말한다면, 나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 그만큼 위대하진 못해도 일정한 성공의 가능성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본인은 학창 시절 천수만 제방 물막이 공사 마지막 단계, 수십 톤 바위가 물살에 떠내려가는 극한 상황에서 바다를 가득 메울 것 같은 유조선을 가로 세우고 물막이 성공을 진두지휘하는 정주영 회장을 지켜보았었다. 아울러, 1000두의 한우가 북한으로 보내지는 길옆에서 손 흔들며 남북화해의 가능성에 가슴 벅찼던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가 뜬금없이 정주영 회장을 소환한 것은 뼈저린 아쉬움 때문이다. 4월 2일부터 3일 동안 발생한 서부면 일대 산불로 1454ha(약 430만평) 산림이 소실됐다. 산불이 발생한 지 벌써 4개월에 이르고 있다. 기억하기로 홍성지진 발생 이후 최대의 재난이다. 300억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와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 지역주민들의 놀라움과 충격은 여러분들의 도움과 시간 흐름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후유증이 너무도 크다. 발생면적 10% 정도에 대한 긴급벌채 소식 외에, 당국의 대책 관련 소식은 없다.

진화 후, 홍성산불 서부면민 대책위원회는 전화위복의 마음으로 5가지 사업안을 홍성군 당국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 공식건의 한 바 있다. 그러나 홍성군 포함해 어떤 기관에서도 답변이 없었다. 기본적인 자세가 아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간접적으로 들려오는 것은 사유림 이라는 이유와 법 타령뿐이다.

당국은 안 되면 안 되는 이유를 건의 주체에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 그러면 토론의 기회가 생긴다. 토론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한 두 사람의 예단으로 뭉갤 일이 아니다.

순천만정원과 횡성한우를 예로 들어본다. 갈대밭 바다에 정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최초 제출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무모한 생각이었다. 당시 책임자들이 갯벌이라는 환경과 국유지라는 법률의 한계로 그 의견을 무시했어도 반발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순천시 책임자들은 묵살하지 않고 검토에 착수했고, 토론을 거듭했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정치권, 지역주민의 공감을 이끌어내 60만평, 연간 방문객 800만명의 세계적인 정원을 만들어 냈다. 1 년 입장료 수입만 1000억원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횡성한우 브랜드 성공은 당시 횡성군 축산계장의 건의를 군수가 묵살하지 않고 존중해준 결과다. 당시 횡성군 한우 사육두수는 홍성군의 절반도 안 됐다. 횡성한우 브랜드 추진단이 가장 부러워했던 지역이 바로 우리 홍성군이었고, 그들은 수차례 홍성을 방문해 홍성을 벤치마킹 했다. 홍성의 한우산업 인프라가 횡성군보다 월등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 두 성공사례의 공통점은 제출된 의견에 대한 존중과 토론이다. 하여, 홍성군 책임자에 정주영 회장 어법으로 묻고자 한다. ‘이봐 사유림 토지주들에게 물어는 봤어?, 이봐 건의문 제출한 대책위 관계자를 만나는 봤어?’.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법은 고치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법 타령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 주관의 농촌지역 에너지 정책 관련 토론이 청운대학교에서 있었다. 토론자로 참석했던 동서발전 관계자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앞으로는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보하고 그것을 무기로 대기업 유치에 나서야 합니다. RE100 때문에 농촌이 ‘갑’인 시대가 온 것입니다.” 이 말은 준비하지 않는 국가산업단지는 그림의 떡임을 경고하는 말이었다.

우리는 해봐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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