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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어려운 사람에게 손 내밀 준비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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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어려운 사람에게 손 내밀 준비돼 있어”
  • 신혜지 기자
  • 승인 2023.08.0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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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사람과문화 정윤 이사장

충청사람과문화는 봉사를 하는 ‘사람’이 봉사를 하는 ‘문화’를 만든다는 뜻으로, 소외계층에게 다양한 물품 나눔과 중년 대상 힐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충청사람과문화를 이끌고 있는 정윤 이사장은 언제부터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사회복지로 마음의 병 치유

홍성읍이 고향이라는 정윤(57) 이사장은 어릴 적부터 이북 피난민 출신인 아버지가 어르신들 경로잔치를 여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봉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업을 하면서는 사비를 들여 어르신들에게 경로잔치를 꾸준히 열었으나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J컨벤션웨딩홀이 있는 센트럴타워를 세우고부터다.

10여 년 전 내포신도시에 센트럴타워를 세운 정 이사장은 건물을 짓고 내포신도시의 발전이 더디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직접 힘든 상황을 겪고 보니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처음 만들어지게 된 게 내포사회복지연구원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물품 나눔과 중년 대상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처음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시작한 ‘인생 2막 신 중년 런웨이’ 프로그램은 갱년기, 우울감 등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우울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마음 치유 프로그램과 인생 런웨이를 만들 수 있는 패션쇼를 준비해 런웨이 행사 당일 드레스 대여와 메이크업·헤어·영상·사진 제공을 무료로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현재는 신청 시작 당일 오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처음 런웨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나는 키가 작아서, 나는 좀 못나서’ 이런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여성들이 우울증이 오는 데 키, 몸매, 얼굴이 무슨 관련이 있겠어요. 저희는 그런 것은 따지지 않고 오직 ‘열정’ 하나만 보고 면접을 통해 참가자를 선정하고 있죠.”

내포사회복지원은 현재 사단법인 충청사람과문화(이하 사람과문화)로 이름을 바꾸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공익 법인으로 지정이 됐고, 현재는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 봉사를 할 때는 혼자 돈을 내고 봉사를 했었는데, 그건 봉사의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아무리 많은 돈을 내도 영향력은 떨어지더라고요. 많은 사람과 모여서 봉사를 했을 때 그게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걸 알게 됐죠. 바쁘고, 많은 돈을 내기도 어려운 사람이지만 내가 낸 돈의 일부가 가치 있는 곳에 쓰여졌을 때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그러면서 작은 봉사를 하던 사람도 자꾸만 봉사 범위를 넓혀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인도하고자 단체를 만들게 됐죠.”

충청사람과문화가 지난해 11월 22일 시니어 모델 패션쇼를 진행했다. 사진=정윤
충청사람과문화가 지난 5월 2일부터 안회당 찻집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정윤 이사장이 안회당을 찾은 외국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정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호응 얻어

5월 2일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고 있던 안회당 찻집의 위탁 운영도 사람과문화에서 맡게 됐다. 옛 홍주목사의 집무실인 안회당을 2015년부터 전통 찻집으로 활용하기 위해 찻집으로 운영됐으며, 충청사람과문화는 오는 10월 말까지 이 안회당의 운영을 맡고 있다. 6월 22일에는 충남도립대 평생교육원과 한국평생교육원으로부터 각각 도서 150권, 100권을 기증 받아 주민들이 책을 읽으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6월 28일부터 다도와 명상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린이들도 자연스럽게 안회당을 찾도록 하고 있다. 안회당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커피와 다양한 차를 모두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임산부에게는 무료로 제공되며, 텀블러를 가지고 오면 500원이 할인된다.

“처음에는 운영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돼 안회당 공모사업에 신청하지 않으려고 했었으나 뜻이 좋았는지 공모사업에 선정이 됐죠. 수익금을 출산 촉진 정책에 사용하려고 하고, 임산부 역시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어요. 시중에서 파는 얼음은 크기가 커서 텀블러에 들어가지도 않아서 직접 예식장에서 얼린 얼음을 가지고 가서 사용하고 있어요. 바쁠 때는 얼음 배달을 하면서 안 하던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우리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운영을 맡은 것이 아니라 안회당을 홍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죠.”

정 이사장은 지금은 외국인도 안회당을 찾을 정도로 안회당 찻집이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문화재다 보니 아이들이 마실 수 있는 단 음료나 간식을 제공하지 못해 아쉬움도 남아 있다. 단 음료나 간식을 흘리게 되면 벌레가 꼬이기 때문에 문화재 훼손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봉사를 이 시대 문화로 만들고파”

다양한 봉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홍성에 봉사를 위해 후원할 수 있는 기업이 적다는 것이다. “매달 누군가를 돕기 위해 일정 금액을 내는 것이 개인이 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한 달에 30~50만원을 목표로 후원금을 정하고 있는데, 뒷받침해 주는 기업이나 그런 곳이 별로 없어요. 홍성이 보다 더 발전해서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윤 이사장은 앞으로 사람과문화를 운영하면서 최대한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복지를 보장하고, 정신적인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이 시대의 문화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물가가 폭등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도 이 건물을 지어 놓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힘들면 언제든 사람과문화를 찾아오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방식을 동원해서든 제가 도움을 주고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감기를 겪을 수 있어요. 우리는 얼마든지 손을 내밀 준비가 돼 있습니다. 큰 돈으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옆에 있어 주고 따뜻한 밥, 따뜻한 말 한마디가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수 있죠.”

정윤 이사장은 현재 홍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공동위원장, 홍북읍주민자치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원삼국시대 마한의 환호 주거지로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석택리 유적’을 통해 홍주 천 년에서 끝내는 것이 아닌 원삼국시대부터 충남도청까지 내포 2000년의 시대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홍북읍주민자치회 회장 또한 같이 맡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함께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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