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상태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청운대 김미경 교수
  • 승인 2023.08.07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은 서비스산업이다. 대학의 경쟁력을 운운하고 수요자(고객)의 평가를 교육 품질의 잣대로 삼는 것을 보면 대학교육은 이미 시장경쟁의 논리에 내맡겨진지 오래다. 더욱이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대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학생 고객 한명은 귀한 존재가 되었다. 학생 한 명을 모시기 위해 전국 입시홍보 발품을 파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들은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이 귀한 학생들에 대해 고객님의 뜻대로 할까, 아니면 고객이 원하지 않는 불편한 것을 강요할 수 있어야할까. 학과는 노점상이 되었고 학교는 플랫폼이 되어 입주 노점상의 입점과 폐점을 결정할 정도로 대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구태의연하게 ‘교육의 본질’을 다시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교권의 위기와 혼란에 대한 내면의 번민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한마디 해야겠다.

교육은 ‘지식·기능 교육’과 ‘인격·덕성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학습자에게 지식과 기능을 전수하는 것이니 교육은 서비스 산업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설학원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떤 면에서 사설학원이 더 능률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설학원과 대학이 다른 점은 대학에선 교육자의 입장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시세와 주변의 평가에 영합하지 않고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교육할 수 있는 것이 공교육의 특수성이다.

당장의 눈에 띄는 성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학습의 방법과 태도를 익힘으로써 미래의 사회인이 되도록 돕는다. 평생교육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나이든 학생들도 각 분야에 기여하도록 학습의 방법과 태도를 배운다. 그래서 창의적인 교육안을 만들고 교수의 개성에 따른 교육을 수행한다. 수업의 목표를 끌고 가는 데 교수 개인의 창의적 방법론은 존중된다.

그래서 전공학문의 특징에 따라 교수법도 다르고 교수태도도 다르다. 호텔조리식당을 경영하는 교육문법과 저널리즘과 문화의 교육문법이 다르고, 간호와 연기의 문법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통성 없는 군대교과서(Field Manual)처럼 균일화하려는 것은 아마도 고객만족이라기 보다는 위기관리 차원으로 보인다. 그

런데 글로컬 대학의 혁신내용을 보면 전공경계를 없애고 융합학문을 만들겠다고 하니 이젠 전공을 강조할 필요도 없겠다. 호구지책(糊口之策)의 무기력한 현실이 수업의 자율성과 규율성 사이에서 진퇴양난이다. 학생의 태도를 지적해서 감정이 상하면 역량이 부족한 교원이 된다. 공정하고자 하나 어떻게 개별적으로 맞춤화해서 비위를 맞출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인공지능이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인지자본주의 세상에서 교수는 지식노동보다는 학생들의 멘탈 관리를 위한 감정노동에 주력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학습권을 위한 고객의 평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학생은 분명히 힘을 가졌다. 힘을 가진자를 가르치기 보다는 추앙해야 마땅한데,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뭔가 더 해서 원망사지 말고 뭔가 덜 해서 비난받지 않고 세상이 바라는 바람직함으로 수렴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첩경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