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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가득 담은 빵으로 20년간 지역사회에 전해 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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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가득 담은 빵으로 20년간 지역사회에 전해 온 사랑
  • 신혜지 기자
  • 승인 2023.07.10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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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제과기술학원 채선병 원장

긍정의 마음으로 20년간 이어 온 봉사

“무리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특별하진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재능 기부를 하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오늘을 행복하게 살면 내일도 행복해진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봉사를 이어 오고 있는 홍주제과기술학원 채선병(52) 원장은 하루도 쉴 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빵이나 과자를 만들어 기부하는 봉사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20년째 이어 오고 있다.

채 원장은 어려서부터 봉사를 좋아했다고 한다. 처음 봉사를 결심하게 된 건 초등학교 때 일이었다. 나무를 파는 할머니를 보면서 ‘어린 내가 지금 나무를 사 주는 것보다 차라리 잘돼서 뭔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돈이 생기면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돈이 생겼을 때는 너무 늦을 것 같아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혼자만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이기심이 있었다. 봉사를 하다 보니 이렇게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혼자만 할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봉사 단체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단원들이 내 마음과는 달라 어려움도 있었다. 혼자보다 함께하는 힘이 크기 때문에 봉사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부하면서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 함께 봉사를 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3년 결성된 ‘손으로 만드는 향기로운 행복(이하 손향) 봉사단’이 만들어졌다. ‘손으로 만드는 향기로운 행복’은 홍주제과기술학원의 원훈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10명이었던 단원들과 봉사를 이어 오다 지금은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봉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50명이 봉사를 신청했을 때도 있어 교실 두 곳을 뛰어다니며 강의를 하기도 했으나 봉사하는 마음이 들지 않아 10명 내외로 모집해 봉사를 함께하고 있다.

20년 동안 봉사를 이어 오면서 채선병 원장이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2007년 9월부터 홍성군청소년수련관 방과후아카데미 지원협의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는 충남교육청 대안교육을 맡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홍성남녀단기청소년쉼터와 위기 아동·청소년 통합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밖에도 지역 내 지역아동센터, 자활센터, 드림스타트, 충남서부보훈지청 등 다양한 기관단체에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많은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다양한 곳에 봉사를 했지만, 빵을 받았을 때 좋아하는 분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이 있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더욱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지금은 원하는 곳 위주로 봉사를 하고 있다.”

현재는 손향 봉사단의 몸집을 키워 주식회사 손향을 통해 봉사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앞으로는 손향을 멋지게 키워서 농산물을 이용한 시그니처 제품도 만들어 보고 싶은 바람이다. 최근에는 홍성군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홍성마늘을 활용한 빵을 만드는 수업도 진행했다.

채선병(사진 가운데) 원장이 지난달 22일 충남서부보훈지청에 2016년부터 빵을 기부하는 봉사를 이어 와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받았다. 사진=채선병
채선병 원장은 학교를 찾아가 직접 제과제빵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선병

보훈가족 복지 유공 국무총리 표창 수상

2016년부터 충남서부보훈지청에 정성껏 만든 빵을 후원해 국가유공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온 채 원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정부포상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상을 받기 위해 시상식장을 찾은 채 원장은 생각보다 엄숙한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대부분 기관단체장이 상을 받고, 개인이 상을 받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만큼 값진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저도 나이가 어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회사 손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가 보니 80대, 90대 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저는 가장 어린 편이었다.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

채선병 원장을 봉사를 하면서 성과를 얻을 때마다 힘을 내라고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특히나 음력으로 5월 12일이 생일이다 보니 양력으로는 보통 6월이 생일인데, 신기하게도 6월에 상을 많이 받아 생일선물을 받는 것만 같다는 것이다. 이번 국무총리 표창을 포함해 지난해에는 주식회사 손향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으며, 노동부 장관상도 그 무렵에 받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꿈꾸게 도울 때 행복 느껴”

채 원장을 봉사를 해 오면서 자신에게 수업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해 학교에 진학한 학생을 보거나 자격증 취득으로 인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외국인, 탈북인에게 도움이 될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 “수업을 통해 기술을 배우면서 누군가가 꿈을 꾸게 도와줄 수 있는 것만 같아서 행복하다. 그럴 때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자기개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수업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오로지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혜전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채 원장은 경기대학교 대학원에서 대체의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고사리(고령사회를 이롭게 하는)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교육 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홍성군청소년수련관 방과후아카데미 지원협의회로 활동하고 있는 채선병 원장은 홍성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학교 밖 친구들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다. 앞으로는 그들을 위해서 더욱 봉사하고 싶은 바람이다. “청소년기는 세상이다 무너지는 시간들이 그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오히려 그들을 통해서 제가 성장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저도 긍정적으로 살 수 있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또 변화하기도 한다.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면 내일도 또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앞으로도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곳에 손으로 만들어 향기로운 행복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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