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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너무나 당연했던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함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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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너무나 당연했던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함 느낍니다”
  • 윤종혁
  • 승인 2023.07.03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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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서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 중인 우현주 씨
우현주 씨가 트리부반대학교의 비쇼바사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홍동면 구정리 우현주(51) 씨는 지난해 7월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KOICA) 단원으로 네팔로 떠났다. 코이카는 개발도상국의 빈곤감소 및 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협력대상국과의 경제 협력 및 우호협력관계 증진,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자 1991년 만들어졌다.

한국을 떠나기 전 홍성이주민센터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한국어 교사로 활동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평상 시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과 배운 것을 누군가에서 알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국어를 좋아하고 감정코칭도 좋아해서 꽤 오랜 시간 배우고 가르쳐왔다.

인생에서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외국에서 1년 살기였다. 해외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코이카 단원으로 해외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이카 단원으로 가면 보람도 있고 안전할 것 같았다.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결심을 굳혔다. 고민 끝에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했더니 모두들 선뜻 동의해줬다.

코이카 단원으로 선발되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다. 지원한 분야는 한국어교육이다. 오랫동안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기 때문에 낯선 분야가 아니었다. 서류심사 통과 후, 전공과 인성면접을 보고, 신체검사까지 통과하면서 최종 합격했다. 나라는 네팔로 결정됐다. 네팔에 대해서는 에베레스트가 있는 나라라는 것밖에 몰랐다. 수박 겉 핥듯 네팔에 대해 공부한 후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네팔로 떠났다.

우현주 씨가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네팔 학생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네팔 국립대학서 대학생에게 한국어 가르쳐

우현주 씨는 네팔의 국립대학인 트리부반대학교의 비쇼바사 캠퍼스라는 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우 씨에게 주어진 봉사 시간은 1주일에 15시간이다. 비쇼바사 캠퍼스는 국제언어학교인데, 아직 한국어는 정식학과가 아니어서 학위가 주어지는 과정은 아니다. 현재 한국어학과를 추진 중인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또한 한국어교사 양성과정의 수업 일부를 맡고 있다. 현재는 한국어교실을 짓고, 화장실 2개를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끔 대사관이나 다른 기관에서 한국문화 강의나 환경 강의를 하고 있다. 봉사 시간 이외에는 길에서 만난 아이들 돌보기, 동네 개랑 놀기, 동네 사람들과 수다떨기, 아이들에게 기타와 한국어 가르치기 등을 하며 네팔 사람들과 문화에 젖어들고 있다.

우현주 씨는 네팔에서 지내는 매 순간이 즐겁다고 한다. “네팔은 매우 다양한 종족과 언어를 가진 나라인데, 아직도 젊은이들에게 문화가 전승되고 있어서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유산이 많습니다. 길거리만 걸어도 얼마나 다양한 얼굴과 차림새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는 여유와 자유로움이 있고, 종교와 문화와 인종이 달라도 그것 자체로 갈등하거나 반목하지 않고 수용하기에 그 조화가 좋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 순박하고 선합니다, 네팔에서 생활하다보면 한국만큼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1980년대까지 문을 열어놓고 살던,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서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네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기 때문에 늘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환경과 언어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카트만두의 교통과 공기, 쓰레기 등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이 안 된다. 개발도상국이 겪는 환경오염문제를 겪고 있는데, 20~30년 전만해도 정말 물도 깨끗하고 아름다웠다고 한다. 언제나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기와 깨끗한 물과 깨끗한 공기와 편리한 대중교통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것을 주고 있는지를 우현주 씨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네팔에 와서야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이 어떠한지를 몸으로 알게 됐다. 우 씨는 “말을 잘 못하면 정말 삶이 너무 어려워진다. 아이 같아져서 아주 사소한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고,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참으로 많다. 사람들과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무시당하기도 한다. 말을 못하면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할까. 나는 비로소 말을 잘 하지 못 하는 사람의 입장을 경험함으로써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우현주 씨는 시간이 되면 마을에 사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늘 가슴에 남아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은 오는 9월 12일 끝난다. 대학교가 여름방학이라 학교 수업은 없지만 맡은 프로젝트 진행과 보고서를 써야 한다. 한국어교사 양성과정 수업도 진행해야 하는 공식 업무가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방학 동안 동네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기타를 가르칠 생각이다. 또한 쓰레기 줍기와 보육원 아이들과 놀아줄 생각이다.

네팔에서 생활한 지 이제 곧 1년이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SNS 통해 가족과 소통하고 영상통화를 하며 서로의 건강을 묻고 있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늘 가슴에 남아 있다. 그나마 남동생과 홍성에 사는 지인이 네팔을 방문해서 외로움을 조금 삭힐 수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우현주 씨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막연하게 두렵게 생각하던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사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존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공기처럼 늘 곁에 있어서 의식하지 않았던 내 편들이 있다는 사실, 나의 많은 시간을 채웠던 가족과 친구가 없는 그 시간이 참 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나의 선택을 지지해주고 나의 빈자리를 감당해주는 가족들에게 정말 고맙고, 나에게 너무나 당연했던 세상의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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