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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현장에서 본 자원봉사자들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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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현장에서 본 자원봉사자들의 활약
  • 홍성군자원봉사센터 손석현 사무국장
  • 승인 2023.07.03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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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않았으면 참 좋았을 산불이 지난 4월 2일 우리 군에서 발생했다. 3일 동안 이어진 대형 산불로 여의도 면적 5배, 축구장 2000개 면적에 달하는 나무와 숲이 검게 변해버렸다. "나무가 타고, 숲이 타고, 내 얼굴도 타고, 내 마음도 검게 타버렸다." 산불 대응 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한 분이 깊은 탄식과 함께 전하는 메시지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통상적인 산불 대응 자원봉사 활동 과정은 초기 대응, 구호·수습, 복구로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산불 발생 초기 자원봉사센터는 ‘재난 현장자원봉사센터’를 신속히 설치·운영하여 소방 인력과 이재민 생활 지원 활동을 통해 재난 상황의 초기 혼란을 줄이고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1일 약 3000명 규모로 투입되는 소방 인력과 산불로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잃어 망연자실한 이재민들에게 급식을 신속히 제공하고 임시대피소의 정주 여건을 마련하는 활동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었다. 대부분 사람이 따스한 봄날 휴일을 만끽하는 시간에 발생한 산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다.

특히 산불 발생 직후 투입된 젊고 패기 넘치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이재민 대피소 및 급식 장소의 천막과 의자 설치, 산불 진화 요원 도시락 전달 활동 등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주었다. 이재민 대피소와 피해 현장으로 보내 준 긴급 구호 물품들을 접수하고 품목별로 분류하는 활동 역시 자원봉사자들의 몫이었다.

산불이 진화된 이후인 수습단계에서는 서부면 문화누리센터로 자리를 옮긴 피해 이재민들의 임시거처 환경을 돌보는 일이 이어졌다. 급식지원과 생필품 전달, 어버이날을 맞아 자원봉사자들과 직접 만든 꽃 화분 전달, 식품을 전공으로 하는 관내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는 활동 등이 이어졌다. 피해 조사가 완료된 가정과 농경지를 찾아 그나마 건질 수 있는 물건들을 골라내고, 차마 쓸모가 없어진 물품들을 정리하는 역할도 자원봉사자들이 감당했다. 

화마로 사라져 버린 집터에 새로 자리 잡은 조립식 이동주택을 찾아 입주 전 청소를 실시하고 곳곳에서 보내 준 생필품을 전하는 일에도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주었다. 불편하고 힘든 임시대피소의 생활을 마침내 끝내고 새로운 생활 터전으로 자리를 옮기는 어르신 한 분에게 “희망을 잃지 말고 힘내시라”며 이재민을 부둥켜안는 봉사자의 뒷모습을 보며 코끝이 찡해 오는 느낌을 실로 오랜만에 경험하기도 했다. 앞선 일련의 수습단계의 과정에는 행정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진행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기부 물품을 수령하고 기부금 영수증 발행 업무를 지원하는 활동 또한 행정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마지막 산불 피해 복구 단계가 남았다. 산림의 복원 과정에 민간차원의 자원봉사 역할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산불 피해 지역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모색 중이다. 또한 이번 산불 대응 자원봉사 활동을 되돌아보고 향후 유사한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산불 자원봉사 백서>를 발간해서 기록해 두고자 한다. 이번 산불 사고의 아픔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 지역사회가 보다 지속가능하고 안녕한 행복 공동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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