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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 운영하며 농사지은 농산물 가공…“6차 산업 확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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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 운영하며 농사지은 농산물 가공…“6차 산업 확대 고민”
  • 이건주 기자
  • 승인 2023.06.16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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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선정 우수 청년 농부 - 홍북읍 방현진 씨
충남도에서 우수 청년 농업인으로 선정한 홍북읍 방현진 씨와 어머니 정순희 씨
충남도에서 우수 청년 농업인으로 선정한 홍북읍 방현진 씨와 어머니 정순희 씨.

충남도가 청년 농업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우수 청년 농부 50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50인의 청년 농부 중 홍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4명의 청년 농부를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우리 지역의 우수 청년 농업인은 한우로 고소득을 올리는 조현희, 임성환 씨와 수도작으로 새로운 농업을 개척하고 있는 방현진 씨, 딸기 종자를 개발해 육종사업으로 세계를 넘나들고 있는 최이영 청년 농업인을 만나 농업과 인생, 계획을 공유하고자 한다. 충남도의 ‘우수 청년 농부 인증’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농촌에 지속가능한 발전과 ‘청년 농업인 유입 및 육성 계획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편집자주>

홍북읍 어경마을의 청년 농부 방현진(30) 씨는 중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목회자의 꿈을 접고 농부로 성장하고 있다. 방 씨는 “농업이 본업이 될 줄은 몰랐지만, 방학 때면 할아버지 댁에 내려와 고추 따고 농사 준비 등을 거들어서 농사는 삶의 일부였다”며 “농사를 지어 보니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방 씨는 경기도에서 태어나 할아버지와 아버지 고향인 홍성으로 내려온 지 8년이 됐다. 내려오기 전 부모는 조부모 병 수발을 위해 포천에 살다 귀향했다. 귀향 당시 군대에 있었던 방 씨는 제대 후에도 신학대 복학을 못하고 부모가 있는 홍성으로 따라 내려왔다. 부모도 몸이 좋지 않아서였다.

목회자 꿈 접고 농부로 성장 중

홍성에 내려오니 아버지는 가장 먼저 시골마을에서 사는 방법을 가르쳤다. 단체에 가입해 지역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권했다. 농사와 시골생활을 가르쳐주던 아버지는 지난해 유명을 달리했지만, 살아생전 막걸리를 많이 마신 아버지를 위해 방 씨는 좋아하지 않는 막걸리 한 잔씩을 매번 나눠 마셨다. 부친이 한 잔이라도 덜 마시게 하기 위해서였다.

속 깊은 아들이 마냥 든든하다는 어머니 정순희(59) 씨는 “주변에서 다들 착한 청년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아들과 의논해 결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방 씨의 농장은 ‘한마음 농장’이다. 가족이 함께 짓던 농사를 3년 전부터는 독립해 단독적으로 하고 있다. 1만여 평의 논농사와 3000평의 밭농사. 하우스 4동을 하고 있다. 하우스에서는 겨울 감자를 심고 있다. 겨울 감자는 출하가격이 좋은 편이다. 한 해 수입은 전부 합해 연 1억원 정도다.

방 씨는 농한기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농산물 가공을 생각해냈다. 쌀과 밭작물인 콩, 고추, 참깨 등을 활용해 가공하면 농작물을 싼 값에 팔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가공할 수 있는 방앗간을 같이 하기로 마음먹고 떡 방앗간을 개업했다.

내포신도시 홍북읍 홍북로 147번지에 있는 ‘내포떡방앗간’은 직접 지은 농작물을 가공하는 공간으로 소득 올리는 일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떡 방앗간 말고 고추 가공 해썹(HACCP) 방앗간을 추가로 하는 일이다. 1차 산업보다는 가공 산업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방 씨는 “올해 서른으로 아직 젊은데 논·밭 일이 버겁다”며 “쌀과 밭작물 가공에 관심을 갖고 키워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쌀과 밭작물 가공 주력

하루 일과가 새벽에 일어나 떡을 만들고 오전에는 농사일을 한다. 한낮에는 택배 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다시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만든 떡을 급냉시키는 작업에 들어간다. 하루라는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할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

떡 방앗간에서는 떡 뿐 아니라 깨를 가공한 ‘스프레드’ 등을 만들고 있다. ‘스프레드’는 일반적인 쨈보다 되직하게 만들어져 빵에 발라먹을 수 있다. 깨 농사는 어경마을 주민들이 많이 하는 밭작물이다. 들깨 농사와 참깨 농사로 들기름과 참기름도 생산한다. 마을에서도 기름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고. 내포신도시 충남세종농협 주차장에서 목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도 농사지어 짜낸 참기름 등은 인기 품목이다. 직거래 장터가 생긴지 3년째가 되는 올해부터는 단골도 많이 늘었다.

방 씨는 “가공해 판매까지 직접 하다 보니 6차 산업의 중요성이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라며 “6차 산업 확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떡 방앗간에서 나오는 떡은 인절미부터 찹쌀 떡, 가래떡 등 여러 종류의 떡이 나오고 있다. 떡 방앗간은 수원에서 내려 온 누나가 어머니 정 씨와 함께 하고 있다. 누나는 직장생활을 하다 떡 기술을 배워 고향에 내려왔다.

방 씨는 “창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도울 수 있도록 방향 제시와 통로 역할을 하고 싶다”며 “해보고 싶은 것을 해냈을 때는 성취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못할 것 같았는데 이제는 한 해 한해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 씨는 여느 청년들처럼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 결혼을 하지 않을 계획이고, 가족과도 합의를 마쳤다고. 앞으로도 지금 하는 일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게 우선 과제”라면서 나이가 좀 더 들면 못해본 목회자의 길을 갈 수도 있지만 최종 목표는 “유랑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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