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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면서 더 배우고 깨달아…독거인에 사회적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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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면서 더 배우고 깨달아…독거인에 사회적 관심을”
  • 이건주 기자
  • 승인 2023.06.16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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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 봉사활동 하는 으뜸건설 이난영 대표
12일 내포신도시 도청대로 현대자동차 건물 3층에 있는 (주)으뜸건설 사무실에서 이난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으뜸건설 이난영(48) 대표가 봉사단체인 ‘레드클로버’를 통해 고독사 예방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회복지 쪽에 종사하다 마흔 넘어 건설 쪽에 발을 들여 흔치 않은 여성 건설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며 매주 토요일마다 10~20명이 참여하는 독거인 도시락 봉사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레드클로버’ 봉사는 이웃 지킴이 활동을 통해 너와 내가 이어지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현재 ‘레드클로버’ 회원은 50여 명이다. 매주 직접 반찬 등 도시락을 싸기 위해 모이는 회원은 20명 남짓이다. 회원은 공무원부터 회사원, 주부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갖고 있다.

‘레드클로버’는 실질적으로 이 대표가 운영하는데, 도시락에 필요한 재원을 그녀가 담당하고 있다. 회원 중에는 농사를 지어 재료를 가져오는 사람도 있다. 이 대표는 “2017년 처음 레드클로버를 통해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락을 배달할 때는 여러 가지 힘들었다”며 “지금은 오히려 봉사를 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새삼 깨달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락 배달 3개월 만에 웃어주던 독거노인을 봤을 때는 감동이었다”고 덧붙였다.

매주 토요일 독거인에 직접 싼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되지만, ‘레드클로버’에게는 장소 하나가 없어 친정집 일부를 도시락 싸는 주방으로 쓰고 있다. 어려운 사람 사정은 어려운 사람이 알아준다는 말처럼 이 대표는 사무실 한 칸 없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봉사 단체에도 친정집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 주고 있다.

이 대표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없던 독거인 1인 가구 고독사에 대해 5~6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면서 ‘레드클로버’를 운영했다. 2017년 봉사 시작 이후 초창기에는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야간 순찰도 병행했다. 독거노인은 주로 홀몸형이나 은둔형 외톨이, 알코올 중독자 등으로 나뉜다고.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인복지나 아동복지는 많은데 고독사가 염려되는 독거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레드클로버’ 봉사는 힘들다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체력적으로 힘들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익숙해져 단지 봉사만으로도 보람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작은 배려로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쁘다는 이 씨는 ‘레드클로버’ 꽃말에 대해 행복과 건강, 타인을 돌봐주다 등의 뜻이 있다고 첨언했다.

마흔 넘어 건설업 입문 “제대로 해보고 싶다”

이 대표는 남성들이 주류인 건설업계에서 홍일점으로 인정받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기어코 해내고야 말겠다는 뚝심으로 노력해나가고 있다. 이 대표가 건설현장을 알기 시작한 것은 어렴풋이 5살 때부터다.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아버지는 당시 흔치 않은 트럭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건설 자재를 구하기 위해 트럭을 몰고 타 지역을 드나들었다. 아버지 트럭을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오가던 기억이 이 대표가 기억하는 최초의 건설현장이다.

건설업은 남성들만 하는 일로 인식되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남성 건설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건설업을 하면서 서류에만 쓰여 있는 건설인이 아닌 현장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전문 건설인으로 우뚝 서 있다.

홍남초등학교와 홍성여중, 홍성여고를 나와 혜전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재가복지 등 사회복지 계열의 일로 30대를 보냈다. 마흔이 넘어 우연히 건설회사 이사가 되면서 하도급 관리로 건설업에 입문했다. 그러다 2018년 법인체를 만들고 2019년에는 대표가 돼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늦게 토목학도 전공했다.

되돌아보면 어렸을 때부터 건설업은 낯설지 않았다. 남성들이 주류인 업계에서 남성보다 더 세밀하게 현장을 보는 이 대표 특유의 장점 때문에 시작한 지 5년 만에 전문 건설인이 됐다. 이 대표는 “살아가면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힘들었던 일이 지금은 성격에도 맞고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며 “여성들이 남성 못지않게 리더로 성장하는 사회로 더 확장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세상은 두려움이 없는 세상이다. 무슨 일에서건 힘들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못할 것도 없다. 어떤 일에서건 하나에서 열까지 다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일에서의 지론이다. 서류에서 현장 일까지 원스톱으로 일을 해내고 있는 이 대표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지만, 공부하면서 보완해 나가고, 나의 이웃을 바라보며 기회가 있을 때 챙겨주는 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면 되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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