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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흑고양이와 백고양이의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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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흑고양이와 백고양이의 미션
  • 청운대 김미경 교수
  • 승인 2023.06.05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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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교육부에서 지역대학의 선택과 집중, 혹은 적자생존의 먹거리로 글로컬대학 30 추진 정책을 제안했다.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면 5년 동안 ‘1000억원 규모’ 재정 지원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다. 되기만 하면 매우 매력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액면이 되는가? 개방이고 통합이고 다 필요 없다. 흑고양이든 백고양이든 고양이는 쥐를 잘 잡아야 한다.

지난 1일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접수 현황을 보면, 166개 학교의 신청 가능 대학 중 108개 학교(65.1%)가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컬대학’의 핵심은 ‘변화’인데 내부적인 혁신에 어려움이 있는 대학들이 이를 대체할 방안으로 ‘대학 간 통합 모델’을 찾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육부가 지난 5월에 발표한 ‘글로컬대학 30 추진방안 확정안’에서 ‘대학 간 통합’을 통한 캠퍼스 간 자원 공유, ‘유사학과 통합’을 혁신 사례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산업화와 더불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학 교육이 빠르게 확대돼 왔었다. 1965년에는 70개 대학이었지만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등으로 청운대학교도 설립됐다. 2000년대 초반에 전국 대학은 150개가 넘었다.

2023년 지방 소재 113개 대학 중 59곳은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쳐 미달 상태로 지역대학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서 대학 과잉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24년 전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는 30만 명으로 감소한다. 대학정원보다 고 3학생이 11만 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대학의 미달 사태는 불을 본 듯 뻔하다.

지역 대학가에서는 2024년도 입학 자원이 모집 정원 대비 최소 6~7만명 가량 부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2024년의 1차 감소기 이후부터 2032년의 2차 감소기에 들어서기 전 10년의 유지기가 대학 줄도산을 막을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통합과 개방의 혁신으로 대학과 학과를 통폐합하여 운 좋게 ‘글로컬대학’에 선정된다면 2032까지 오징어게임 승자독식의 골든타임을 획득할 것이다. 오징어게임에서 탈락한 대학이 남긴 지원금도 승자 독식해 기득권을 유지할 것이다.

그런데 공학적 계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담론으로 청운대를 진단해보자. 학력사회의 낡은 질서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출신 대학이 사람을 평가하는 구습의 엘리트사회에서, 지역대학은 프라이드 없는 지방대로서 오징어게임의 플레이어로서도 참여할 자격이 미흡하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물론 게임 참여는 개방돼 있으니 참여는 하겠지만, 이기는 플레이어가 돼야 할 것이다.

왜 10년 전에 있으나 마나한 플레이어가 되지 않기 위해 대처하지 않았는가?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똑 같은 푸념을 반복했다. 이젠 홍성고양이와 인천고양이가 되었다. 그러니 홍성고양이든 인천고양이든 배고픔이 같으면 절실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쥐 사냥은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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