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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진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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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진 장소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3.05.15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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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2분식

홍남초등학교 맞은 편 짱2분식은 아이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오는 곳이다. 신경자 대표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부터 성인이 되는 것을 함께 해 왔다. 어린 시절 추억이 아로새겨 있는 곳 짱2 분식을 만나러 간다.

신경자 대표가 짱2분식을 운영한 지 20년이 넘었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신경자 대표가 짱2분식을 운영한 지 20년이 넘었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 유지

12시가 가까워 오자 신 대표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하교시간에 들이닥칠 아이들을 맞이하려면 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떡볶이에 닭꼬치, 프랑크소세지, 만두, 와플, 떡꼬치, 슬러시 등등 다양한 메뉴를 미리 준비해 놔야 한다. 미리 담아놓을 수 있는 것은 컵에 차곡차곡 담아둔다. 아무리 바빠도 타산이 안 맞아 직원을 둘 수 없다 . 짱2분식 메뉴 중 가장 비싼 것은 1500원을 넘지 않는다. 가장 싼 맛감자는 100원 이다. 물가가 올랐지만 100원 하나 때문에 못 먹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차마 가격을 올릴 수 없다.

100원도 아쉬운 아이들을 생각해 가격을 올릴 수 없다. 덕분에 손님들이 많아 바쁘지만 남는 건 별로 없다.
100원도 아쉬운 아이들을 생각해 가격을 올릴 수 없다. 덕분에 손님들이 많아 바쁘지만 남는 건 별로 없다.

수지타산 생각하면 못 할 일

신 대표는 아이들을 정말정말 사랑한다. 솔직히 돈을 생각하면 할 만한 장사는 아니다. 차라리 나가서 일하는 게 수입이 더 많을 것이다. 재료비는 20년간 쭉 올랐지만 여전히 100원 500원을 들고 오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인지 한 때 5군데가 넘던 학교 앞 분식집은 다 사라지고 없다. 아이들은 성인 손님과 달라 손도 많이 간다.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할 수 없다. 뜨거우면 식혀줘야 하고 분식을 가지고 가다 “넘어졌어요” 하고 울면서 오면 외면할 수도 없다. 방학 때도 아이들이 찾아와 쉴 수도 없다. 그만큼 아이들 상대로 한 장사는 어렵다.

하교 시간이 가까워 지면 쉴틈없이 바빠진다. 혼자 하기 때문에 담을 수 있는 음식은 미리미리 준비해 놔야 한다.
하교 시간이 가까워 지면 쉴틈없이 바빠진다. 혼자 하기 때문에 담을 수 있는 음식은 미리미리 준비해 놔야 한다.

성장하는 아이들 지켜보는 보람 커

그래도 짱2분식을 드나들던 아이들이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도 계속 찾아오는 것은 신 대표에게 큰 보람이다. 핼러윈 때는 아이들이 과자를 한 무더기씩 안 기기도 하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편지도 무수히 받는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직장인이 되고 애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군대에 간다고 인사하러 찾아오는 애들도 있다. 신 대표는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다 봤으니 가족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 다 큰 성인한테 이름을 부르거나 ‘이 녀석아’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아이들이 눈에 밟히지만 신 대표는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가게를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계속 미루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눈에 밟히지만 신 대표는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가게를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계속 미루고 있을 뿐이다.

추억의 공간 짱2분식 계속됐으면

짱2분식은 그렇게 20년을 넘게 계속 자리를 지켜왔다. 시작할 때 초등학생이던 신 대표의 아이도 이제는 27살이 됐다. 그동안 초등학교의 학급 수는 9개에서 5개 이하로 줄어들었다. 아이들은 줄었지만 장사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렵다. 20년간 하루 10시간 넘게 서 있으니 이제는 허리, 어깨 등 안 아픈 곳이 없어 병원도 수시로 다니고 있다. 신 대표는 원래는 5년만 할 생각이었는데 애들이 눈에 밟혀 지금까지 문을 닫지 못 하고 있다. 물론 언제까지 일을 할 수는 없다. 접을 생각은 계속 하고 있지만 이곳을 인수할 만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앞날은 알 수 없지만 이곳을 거쳐 간 많은 아이들의 추억이 녹아 있는 짱2분식이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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