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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 보부상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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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 보부상의 후예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3.04.24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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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예덕상무사 접장

전대환 예덕상무사 접장은 50년간 장사를 해온 현대판 보부상이다. 예덕상무사는 1851년 조선시대의 예산, 덕산, 면천, 당진 네 개 고을 보부상단 연합하여 구성한 상단이다. 접장이란 이 상단의 우두머리를 의미한다. 전 접장은 잘나가던 마트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 근처로 내려왔다. 지금은 장사 대신 보부상의 역사를 알리는 것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대환 씨는 잘 나가던 사업을 정리하고 예산으로 내려와 보부상 전통을 이어 나가는데 온 힘을 쓰고 있다.
전대환 씨는 잘 나가던 사업을 정리하고 예산으로 내려와 보부상 전통을 이어 나가는데 온 힘을 쓰고 있다.

천성이 장사꾼

전대환 접장은 홍북읍 상하리 출신으로 학교 대신 농사를 잇게 하려는 아버지에 반발해 스스로 돈을 벌겠다고 가출을 하기도 했다. 비록 다시 끌려 내려가긴 했지만 부친은 결국 ‘이놈은 농사지을 녀석’이 아니라고 생각해 장사 밑천을 내어 줬다. 삽교에서 소 한 마리, 논 세마지기를 가지고 장사를 시작했다.

물론 초보 장사꾼이 단 번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가게가 망했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장사꾼이 아니다. 전 접장은 포기 하기는 커녕 기어코 성공하겠다는 독한 결심을 했다. 당시는 외국 건설 바람이 부는 때였다.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리비아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당시 돈 16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서울 응암동에서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시련에 맞서다

전대환 접장은 50년간 마트 한우물만 팠다. 전 접장의 마트는 종업원 15명에 장사도 엄청 잘됐다. 바로 맞은 편에 홈플러스라는 거대 경쟁자가 있음에도 매출 2배라는 성적으로 눌러버렸다. 물론 여기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인마트가 거대 유통점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것이지만 전 접장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를 깨버렸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한창 진행될 당시 전 접장은 서부슈퍼마켓 협동조합 조합장을 맡고 있었다. 코앞에 홈플러스가 들어오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장사꾼으로의 자존심과 조합장으로써의 위신 때문에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를 알자

당시 며칠 밤을 뜬 눈으로 보내며 고심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마트 문을 닫고 인생 최고의 도박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1억4000만원을 들여 마트를 리모델링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전쟁에서 이기는 법이라고 했다. 밤 11시 반 홈플러스에서 쓰레기를 버리면 그중에서 전표를 수거해 집으로 가져왔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상대의 매출을 분석했다. 어느 시간대 어느 물건이 많이 팔리고 가격은 얼마이고 꼼꼼히 들여 봤다. 그러자 대기업 유통의 단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전 접장이 주목한 것은 야채 등 1차 상품들이 비싸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중앙으로 1차 상품을 모은 뒤에 분배하기에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중 특급상품만 내놓기에 가격차이가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기를 기회로

1차 상품에 특화하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여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물건은 도매시장이 마감하기 직전에 구입해 최대한 싼 가격에 매입했다. 홈플러스에서 3000원에 파는 것을 300원에 팔았다. 예측은 절묘하게 맞아 홈플러스가 입점했음에도 오히려 매출은 3배로 상승했다. 이후에는 탄탄대로였다. 당시 대통령 오찬에 초청받기도 했고 뉴스에도 여러 번 나왔다.

농협중앙회와 마트, 생산자가 함께 한 상부상조 행사에서 12톤 트럭 7대 분의 상품을 모두 팔아 평균 매출의 10배를 달성하기도 했다. 당시 농협조합장은 이런 개인마트가 하는 것을 왜 못하냐고 직원들을 훈계하기도 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사업이었지만 아내와의 사별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산으로 내려왔다.

전대환 접장은 예덕상무사의 무형문화제 지정을 위해 3년 간 보부상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책으로 엮어냈다.
전대환 접장은 예덕상무사의 무형문화제 지정을 위해 3년 간 보부상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책으로 엮어냈다.

보부상 위대함 알릴 것

은퇴하고 예산으로 내려와 취미로 보부상에 들어가면서 제 2의 인생을 찾았다. 현재는 예덕상무사에서 접장으로 활동하면 보부상들의 위대한 활동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옛날 장사꾼의 삶에 대한 문헌을 찾고 학자들을 찾아다니며 보부상에 심취하게 됐다. 혼자 3년 동안 집요하게 자료를 모아 ‘보부상 예덕상무사의 문화재 가치성’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예덕상무사는 171년 역사에 124명의 접장이 존재한다. 124대인 전대환 접장까지 오면서 모든 접장들의 제사를 모시는 것을 통해 보부상의 역사를 지켜왔다. 지금까지 매년 3월 말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제사를 지내왔다. 유일하게 작년 한 해만 코로나로 지키지 못했을 뿐이다. 이렇게 동료와 선배의 제사를 지내는 것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전대환 접장의 생각이다. 보부상은 과거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집단이다. 전대환 접장은 보부상에 대해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매년 3월 말일 1대부터 123대에 이르기 까지 모든 접장들의 제사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매년 3월 말일 1대부터 123대에 이르기 까지 모든 접장들의 제사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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