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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 위한 통로 하나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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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 위한 통로 하나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 이건주 기자
  • 승인 2023.04.17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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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항면 주민들 “철길 너머 땅에 농사짓기 어려운 상황”
.철길 건너에 경작할 땅이 있다.

철로를 관리하는 도시철도공단과 홍성군이 구항면 주민들의 10년 된 민원에 핑퐁게임 모양새다. 도시철도공단은 주민들의 민원을 홍성군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군은 도시철도공단의 사유를 먼저 파악한 후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시철도공단과 홍성군은 구항면 주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통행로 하나만 설치해 달라는 민원에 여전히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도시철도공단은 구항면 천광리 일원의 논·밭 주변에 원래부터 통행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니 통행로를 만들려면 지자체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장항선 선로 개량사업 설계 시 통로박스가 반영됐다 누락된 사유를 먼저 알아야 대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군청 이순광 도로팀장은 도시철도공단 설계를 지칭해 “이미 설계에 통로박스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군에서도 주민 민원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안다”며 “우선적으로는 철도공단이 누락한 사실을 역 추적해 설계 시 반영과 누락 사유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구항면 박찬두 씨 등 10여 명이 2014년부터 도시철도공단과 홍성군에 제기한 민원은 조상들이 농사를 짓던 청광리 96번지 일원 철길 너머에 있는 땅에 오갈 수 있도록 통행로 하나만 설치해 달라는 것이다. 박 씨는 “철길 너머에 논밭이 있는데, 아버지 대에는 길이 없어 철길 위로 다니면서 농사를 지었다”며 “지금은 철도공단에서 철책선으로 막아 철로 위로 오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군수님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 계신지 모르겠다”며 “십 수년 간 방치돼 잡초만 무성하고 맹지가 돼버린 논·밭 농사를 언제 쯤 다시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2014년부터 수차례 서면과 전화로 도시철도공단과 홍성군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 내용은 ‘사람과 농기계가 다닐 수 있는 통행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박 씨가 철도공단 등에 제기한 진정서에는 청광리 농지는 과거 20~30여 년 전에는 소와 지게를 이용해 재래식으로 농사를 짓던 농경지로, 오랜 세월 철길이 가로막혀 농사도 짓지 못하고 재산권 침해를 당하고 있으니 조속히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도시철도공단은 현재 장항선 2단계 선로 변경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구항 주민들은 “선로 변경 사업을 하는 김에 통로 박스 하나만 추가 설치해 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라며 탄식하고 있다. 철도공단과 홍성군은 2014년과 2015년 ‘통행로 설치 요구에 대해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는 답변서를 박 씨에게 보낸 바 있으나, 실제 사업 도면에서는 통행로 설치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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