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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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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이 길이 된다
  • 김기철 전 홍성군의원
  • 승인 2023.02.27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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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모두가 흔히 이용하고 볼 수 있는 편의시설의 많은 부분들이 그동안 장애인들의 투쟁과 시위를 통해 이룬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편의시설들을 비장애인들도 참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는 노인이나 유모차들에게 점령된 지 오래이고, 빌딩의 경사로 역시 택배기사나 유모차, 자전거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알까? 어떤 이유로 엘리베이터가 생겨나고, 왜 경사로가 만들어졌으며 횡단보도와 인도에 턱이 사라졌는지…. 과연 이러한 투쟁과 시위의 산물을 장애인만을 위한 것인지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 철폐연대(전장연)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위를 벌이며 많은 지지와 응원도 있었지만 일부 비난과 비판의 여론도 있었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장애인단체의 치열한 투쟁과 시위 끝에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리프트가 설치됐으며 경사로가 만들어지고 저상버스 도입·운행되고 있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농어촌 읍내에 장이라도 열리면, 장날 짐을 잔뜩 들고 타는 어르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 약해지고 시력이 저하되는데, 마음은 굴뚝같아도 승하차 하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저상버스가 도입된 도시지역의 어르신들은 계단이 없는 버스가 참 편리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무거운 짐을 들고 아픈 무릎을 애써 참으며 힘겹게 버스의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되고, 혹여 넘어질까 걱정하지 않고도 쉽게 버스에서 승하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저상버스의 편리함을 무척 공감한다. 어린이 보호차량에 계단이라 유아 혼자 탑승이 쉽지 않을 테지만,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같은 어린이 보호차량이라면 유아 혼자서도 탑승이 가능해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도 안전과 자유로운 이동의 기회를 보장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 대중교통 속에는 영유아나 어린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가 원인이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 사회 환경이 교통약자라 불리는 장애인, 노인, 어린이에게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가능 했는지를 한번쯤 상기해 봐야 한다.

지난 2021년 지하철이 없는 경남의 한 도시에서 유아차를 끌고 저상버스를 탑승한 아이의 엄마가 저상버스 탑승 소감을 자신의 블로그에 남겼다. 아이도 똑같은 교통약자인데, 휠체어를 탄 승객과 달리 리프트를 내려주지 않아 무거운 유모차를 두 손으로 들어야 옮겨야했고 안전장치가 없어 이동하는 내내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해당 지자체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담당 공무원조차 유아 승객이 교통약자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어린이도 교통약자임에 떡하니 명시되어 있는데 교통약자는 장애인만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기만 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우리 사회 환경의 변화는 장애인 운동의 산물이지만 그 결과는 남녀노소 누구나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따른 사회 환경의 변화는 장애인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서다. 그 기준선이 바로 장애인일 뿐이며, 장애인들의 이동권 시위는 결코 장애인만을 위한 시위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또 장애인이 가기 편한 곳은 누구에게나 편한 길이고 장애인이 살기 좋은 곳이 선진국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시설과 베리어프리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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