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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 불법으로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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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 불법으로 해서는 안 된다
  • 홍성신문
  • 승인 2023.01.3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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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성종합터미널 옆에 위치한 고암근린공원에 홍성군청사 이전에 대한 의견이 담긴 현수막의 강제 철거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현재 이 자리는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대신하고 있다.

홍성의 거리가 불법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특히 새해와 설 명절을 맞이하느라 교차로 부근은 현수막으로 도배된 실정이다. 이는 당당하게 이뤄지는 불법의 만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도시경관을 해친다는 현실적인 문제 이면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불평등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 그 무엇에 근거한 권력이든, 있기만 하다면 법과 규정 위에 설 수 있다는 이상한 규범을 양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과 충남도 조례, 홍성군 조례에서 세부적인 사항 까지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지정 게시대 외에 설치하는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다. 법은 8가지 경우만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관혼상제, 학교행사나 종교의식, 시설물의 보호·관리,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집회, 적법한 노동운동을 위한 행사·집회, 안전사고 예방·교통 안내·긴급사고 안내·미아 찾기·교통사고 목격자 찾기, 선거 관련 계도·홍보,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 현안 등을 위해 표시·설치하는 경우이다.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군의원, 정당 지역위원장, 조합장, 조합장에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의 새해 인사는 예외 조항이 아니다. 법을 만들고, 엄정하게 집행하고, 감시해야 하는 정치인이 탈법을 조장하는 형국이다. 모르고 했어도 문제이고, 알고 했다면 더더욱 큰 문제이다. 애써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지정 게시대에 설치하는 군민에게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 현수막을 잘못 걸었다가 철거되거나 벌금을 부과 받은 사람들에게 과연 ‘준법’을 운운할 수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의 최종 집행자인 홍성군도 형평성의 문제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정된 인력으로 범람하는 불법 현수막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음은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힘 있는 정치인에게만 유독 너그러운 잣대가 적용된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면 지방자치단체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위협받을 수 있다.

홍성군의 현수막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해 뒤돌아보기 바란다. 과도한 법 집행이 민간의 자유와 의사를 위축시키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물렁하거나 특정 계층에만 유리한 법 집행은 더 큰 문제이다. 필요하다면 지정 게시대를 늘리고, 철저하게 단속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준법하게, 바르게 사는 군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계묘년 새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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