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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18> “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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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18> “무수”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3.01.09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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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자네 올 무수농사가 아주 착실허네, 저짝 늠은 거진 우리 마누라 허벅지만허네 그려.

-저니: 허벅지야 안봐서 물르것지만 아마 종아리 쯤은 될테지? 퉁테 굵은 늠 밋개 뽑어가든지.

<무수>는 채소인 ‘무’를 말한다. 원래는 ‘무우’였으나 표준어는 ‘무’로 굳어졌다. 우리동네에서는 ‘무우’라고 불릴 때부터 이미 ‘무수’라고 했고, 지금도 어르신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씀하신다. 무를 한 글자로 말하면 왠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굳이 ‘무수’라고 하는 경우도 제법 많은데, 특히 오일장에서 할머니들에게 채소를 구입할 때 이런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무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채소이며 현대의 식생활에서도 도저히 빠질 수 없는 필수 식재료다. 무는 자체적으로도 훌륭한 맛을 내는데, 가을볕을 충분히 받아 파릇해진 무는 가을 보약으로 불리며, 달달한 맛과 높은 영양분으로 ‘인삼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밥에 괴깃국’을 먹을 때도 무는 필수로 들어가고, 제사상의 소고기 무국과 각종 국밥에도 빠지지 않는다. 생선조림에서는 냄비 밑바닥을 차지하고, 무청 시래기는 감자탕 속에서 활개를 친다.

먹을 때는 이상해도 자꾸만 손이 가는 ‘무나물’, 어릴 때는 그렇게 싫던 ‘무말랭이’, 아삭아삭한 총각김치, 깍두기, 무생채...무가 없었다면 반찬이 아마 절반쯤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연탄까스에 특효인 겨울철 동치미를 빼놓으면 ‘무수’가 섭섭하다고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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