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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은, 행복한 편지 배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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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은, 행복한 편지 배달꾼
  • 임경미 독자
  • 승인 2023.01.02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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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이신 친정엄마가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왔습니다. 며칠 전에 내린 함박눈으로 도로는 말랐지만 인도는 아직 미끌거렸어요. 신발이 미끌거리고 걷기에 불편은 해도 우체국까지 내내 제 마음은 해피합니다.

엄마는 또래보다 스마트폰의 사용을 많이 활용해서 문자나 카톡이 그래도 자유로우세요. 그럼 상대방에게 쉽게 카톡으로 보내면 될 것을 왜 굳이 손편지냐구요? 받는 분은 90세예요. 친정엄마가 젊었던 미스 시절, 그분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친정집 문칸방에서 자취를 하셨대요. 그 인연으로요. 지금은 정년퇴임을 하신지 아주 오래지요. 그런데 그분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신데요.

그럼 서로 전화로 통화라두요? 엄마는 전화 통화가 힘들어요. 청력이 좋지 않아 대화 소리, 특히 전화를 어려워하시지요. 그래서 이렇게 아주 가끔씩이라도 그 분과 아날로그 편지로 소식을 전해요. 굉장히 낭만적이지요. 엄마는 까맣고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를 편지지에 눌러 쓰십니다.

귀하고 소중한 그 편지를 들고 한겨울 눈길을 총총 걸어가고 있는 저, 기분이 매우 좋고 자랑스럽기까지합니다.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엄마는 노쇠해지고 그분 또한 연세가 높아가요. 지금 84세, 90세. 나이로는 예쁜 할머니들의 향기 나는 꽃 편지 배달 심부름, 언제든 환영이에요. 새해 소망은 두 분 모두 건강해서 제가 편지 심부름을 계속 할 수 있는 행복을 주시는 거랍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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