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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 그리울 사람’과 자전거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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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 그리울 사람’과 자전거 여행을…
  • 강상규 수의사
  • 승인 2023.01.02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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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하다 14

어느덧 저도 이제 자전거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연재 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에는 섬진강 자전거여행 했던 걸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섬진강 자전거길 코스 자체도 참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무언가에 대해서 추억하며 이야기 드려보고 싶었거든요. 섬진강 쪽으로는 자전거여행으로 4~5번 정도 떠났던 것 같습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30대의 마지막을 맞이한 저는 7학년 3반이 되신 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함께 삼대가 떠나는 자전거 여행을 기획하게 됩니다. 대나무처럼 쑥쑥 자라기 시작한 아들 녀석과 한해 한해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계신 아버지와 ‘더 늦기 전에’ 삼대가 함께하는 자전거여행의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섬진강댐에서부터 광양의 배알도수변공원까지 섬진강 자전거길 153km를 1박 2일 동안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자신은 없지만 예쁜 손자와 함께라면 어디든 무엇을 하든 좋다하시는 분위기셨고, 10살 아들 녀석은 153km에 대한 감이 전혀 없으니 그냥 자전거 타고 놀러간다고 마냥 좋아했지요.

아내의 자동차 지원을 받아 우리 삼대는 차에 자전거 3대를 싣고서 새벽녘에 홍성을 떠나 섬진강댐에 당도해 자전거를 내려 자전거길을 달리기 시작했지요. 절반 정도를 달리다가 섬진강변에 있는 학생수련관 같은 곳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다시 달리기 시작해 자전거길 종착지인 광양 배알도수변공원에 오후 경에 당도해서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만나 자전거를 싣고 돌아오는 아주 짧고 굵은 자전거여행 일정이었습니다.

삼대가 함께 한 섬진강 자전거여행

섬진강 자전거길은 4대강 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아서 무지막지한 토목공사를 피해 갈 수 있었지요. 그래서 오랜 시간 구비 구비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온 강의 모습을 많은 부분 잘 지니고 있게 된 것 같아요. 강변 둑길이 아닌 지방도 갓길을 달리는 구간들도 종종 있는데 그 덕분에 몇몇 마을들을 지나갈 수 있어서 그냥 무작정 자전거만 타고 달리는 것보다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맛보며 여행할 수 있는 그런 코스지요.

저희 3대도 여행을 하면서 강변의 매운탕 집에서 인생 메기매운탕을 먹을 수 있었고 적재적소에서 만나는 마을 식당들에서 요기를 할 수가 있었지요. 둘째 날 오전에는 화개장터에 들러서 국밥을 먹는데 혼자 자전거여행을 오신 어르신께서 우리 삼대의 모습을 보시고는 너무 부럽다 하시며 자신도 아들이나 사위와 함께 자전거여행 하는 게 소원인데 이렇게 혼자만 다니고 있다고 말을 거시면서 우린 부자간을 넘어 삼대가 같이 여행한다고, 정말 너무 보기 좋아 보인다 하셨지요.

그 순간 저도 아버지도 어찌나 뿌듯하던지 말이지요. 처음 만난 나 홀로 자전거여행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옆에서 해맑게 웃는 아들(아버지에겐 손자) 녀석을 보고 있자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때 이후로도 저는 아들 녀석이 성장해 가는 것에 맞춰 매년 장거리 자전거여행을 같이 했어요. 제주도 일주는 몇 번이나 같이했습니다. 한라산 1100고지도 자전거로 같이 넘어도 보고, 홍성에서 출발해서 국토 횡단으로 경북 영덕까지도 가봤습니다. 태국에 가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무작정 바람결 따라 달리는 자전거여행도 해 봤습니다.

앞으로도 녀석과는 몇 번이고 자전거여행을 더 해 볼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하며 기대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그렇게 친밀하게 자전거여행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때가 마지막이 되었기에 그때의 그 여행이 저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그리운 자전거 여행이 되었지요.

8학년 1반이 되신 아버지께서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도 반납하시고 떨어진 체력과 감각을 인정하면서 그에 맞은 삶의 패턴을 만들어 가고 계십니다. 동네 자전거 산책 정도는 지금도 조심스레 하고는 계시지만 예전처럼 저와 함께 장거리 자전거여행은 못하시지요.

제가 자전거여행 글의 마지막을 섬진강 자전거여행으로 정한 이유는 여러분에게 ‘자전거를 타세요. 그리고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세요’를 넘어서서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 그리울 사람’과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시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자전거 타는 거로만 따진다면 저도 저 혼자 자전거 타는 게 가장 자유롭고 좋긴 합니다. 오죽하면 혼자서 전국일주를 3번이나 했겠습니까. 근데 늘 건강하고 강한 모습으로 언제까지나 커다란 산처럼 내 곁에 계셔줄 것만 같았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는 자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속도로 저만치 앞서 가시는 걸 보며, 그리고 언제나 품안에 자식이라고 늘 어린아이로만 있을 것 같던 아이들은 활을 떠난 화살처럼 붙잡아둘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해가는 걸 가만히 보며 생각해 보니 부모님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한 순간입니다.

자전거와 함께 멋진 추억을

그래서 저는 자전거라는 정말 기가 막힌 친구의 도움으로 가족과 함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을 정말 후회 없이 보내며 멋진 추억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행복의 비결을 홍성신문 독자들에게 콕 집어서 강조해 말씀드려보고 싶었어요. 물론 자전거여행만이 그런 추억을 만들어 주는 건 당연히 아니겠지만 자전거 여행이어야지만 만들 수 있는 그런 멋진 추억이 있다는 건 제가 확실히 보장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대가 함께한 섬진강 자전거여행 둘째 날 오후에 비가 내렸어요.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길을 달려 종착지인 배알도수변공원에 도착했는데 따로 1박 2일 동안 남원 일대를 여행했던 아내와 8살 딸아이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재회한 것 마냥 서로 정말 반가워했지요. 차에 자전거를 싣고 홍성으로 돌아오면서 따로 또 같이 여행했던 우리들의 여행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금방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한번 쓰는 걸 심하게 어려워하는 제가 2022년 한 해 동안 14번의 자전거 관련 글들을 연재해 써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자전거여행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인 것이지요. 자전거와 함께 했었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저의 인생이 너무나 재밌고 신나기 때문이지요. 모든 사람들이 자전거를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전거를 탔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자전거를 계속 탈 것이고,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끔 해 보고 싶고, 자전거를 단순히 타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멀리 여행도 떠날 수 있게 동기부여도 할 것이며 혼자도 좋지만 저희 삼대가 섬진강 자전거여행을 했던 것처럼 사랑하고 소중하고 그리워질 사람들과 자전거여행을 함께 떠나 보라고 더욱 떠들어 볼 생각입니다.

말로만이 아닌 저 스스로가 그렇게 살아가면서 말이지요. 그동안 자전거가 인생에게 해 주는 말들을 재미나게 듣고 읽어주셔서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합니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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