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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대학, 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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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대학, 뭉쳐야 산다
  • 전헌수 은송철강 대표
  • 승인 2022.12.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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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끝났다. 2000년 82만7000명이었던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어, 올해 수능 시험에는 총 50만8000여 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도 진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만큼 지역대학은 인원 충원에 어려움 겪고 있고, 그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학생 충원 어려움으로 인한 지역대학 소멸, 지역사회와 지역대학은 동병상련 중이다.

스웨덴 남쪽 발트해 연안에 말뫼라는 도시가 있다. 말뫼의 코쿰스조선소에는 1973~74년에 만들어진 거대한 철골구조물인 대형크레인이 있었다.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가 무려 1500여 톤으로 세계 최대였다. 이 크레인은 유럽 조선경기의 번영을 상징했지만 1997년을 끝으로 선박 수주 물량이 끊기면서 용도폐기 되었고, 해체비용 약 220억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현대중공업에 낙찰됐다.

이는 조선 산업의 중심이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넘어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고, 말뫼의 상징이었던 크레인이 해체되는 날 스웨덴 제3의 도시 말뫼에 인산인해를 이룬 시민들은 눈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를 두고 ‘말뫼의 눈물’ 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하지만 버려진 조선소 부지에 공립 종합대학인 말뫼대학이 세워지고 정부와 지자체가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결과, 말뫼는 2020년 기준 기업이 하루에 평균 7개씩 설립되는 첨단도시로 부활했다.

지역사회와 대학이 지역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선도해가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은 ‘대학컨소시엄 교토’를 설립해 상생 발전을 이끌어 가고 있고,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 영국의 길퍼드시와 서리대, 세계 최대의 타이어 생산도시에서 생명의학 중심지로 탈바꿈한 미국의 애크런시와 애크런대 등의 사례들은 지역사회와 대학이 어떤 관계에서 상호 협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역과 지역대학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대학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 민·관·학 협력 거버넌스 구축, 졸업생들의 지역기업 취업 및 다양한 창업을 통한 지역 내 정착 등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은 지역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오아시스가 되어야 하고, 지역사회와 지역기업은 이를 마중물 삼아 황량한 사막에 울창한 숲을 만들어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지역대학, 지역기업이 하나가 돼 이 어려움을 극복해낼 혼연일체의 자세를 갖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지역의 대학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청운대, 혜전대, 한국폴리텍대 등 3개 대학의 재학생 수가 약 8000여 명으로 우리 지역 인구의 8~9%나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학교와 학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말뫼의 쇤스트룸 부시장은 “교육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매력적인 대학의 존재로 스웨덴 각지에서 학생들이 몰려들고, 이들 중 상당수가 말뫼에 남아 취업하며 노동과 교육시장의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지역이 처한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능 시험은 끝났고, 이제 학생들은 학교를 선택할 것이다. 우리 대학도 우수인재 유치, 정원 충원이라는 큰 시험을 치러내야 한다.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대학이 부디 좋은 성적을 거두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대학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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