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우리동네 생활사투리-112> “탑세기”
상태바
<우리동네 생활사투리-112> “탑세기”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2.11.28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니: 자네 뭐 했간디 우와기 등짝에 탑세기가 수북허다나? 워디서 누구랑 한바탕 굴렀능개벼?

-저니: 누랭이 큰 늠이 쫓아오길래 냅다 발길질허다가 논바닥이루 둬 바키 굴렀더니 이지랄이네.

탑세기는 ‘먼지’를 말한다. 수많은 먼지 중에서도 탁탁 털어서 떨어지는 정도의 먼지를 탑세기라 하고 쓰레기와는 약간 다른 의미를 갖는다. 주로 옷에 붙어있는 검불이나 지푸라기처럼 비교적 크고 눈에 잘 보이는 것을 칭하는 경우가 많으며 미세한 티끌이나 흙먼지 등은 탑세기라고 하지 않는다. 또한, 먼지는 묻는 것이지만 탑세기는 붙어있는 것이 다르다.

우리 시골에서는 농사일과 관련되어 이 말이 쓰이는데, 가을날의 타작마당이나 탈곡하는 현장에서 쉽게 탑세기를 만날 수 있다. 깻대, 콩대 등에서 알곡이 분리되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바닥에 깔리는 자그마한 검불과 함께 볏짚에서 생겨나는 지푸라기 조각들이 대표적인 탑세기다.

탈곡 마당에 있다가 머리부터 발끝, 내복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껄껄한 탑세기를 떼어내느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고생깨나 하던 시절도 있었다.

한편 ‘짚세기’라는 것도 있는데, 지푸라기로 엮은 짚신을 뜻하는 말이다. 동진, 화성, 추청(아끼바리)에 비해, 자포니카 품종과 인디카의 장점을 교잡하여 식량 증산을 이룬 통일벼는 볏대가 짧아 짚세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