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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많은 세상길을 마지막 넘어가던 애고재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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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많은 세상길을 마지막 넘어가던 애고재고개
  • 김정헌 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22.11.2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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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길에 서려 있는 조상들의 숨결 12
홍주중학교 옆길을 따라 대우아파트와 이안아파트로 넘어가는 언덕. 

홍주중학교 옆길을 따라 대우아파트와 이안아파트로 넘어가는 언덕이 ‘애고재고개’이다. 현재 애고재고개는 옛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도 없거니와 고개이름도 거의 잊혀진 상태이다.

필자는 고개를 답사하던 중 홍남초등학교 주변이 친정이라는 지인으로부터 애고재고개 이름을 전해 들었다. 친정아버지로부터 고개 이름이 애고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지인이 전해 주는 1960년대 애고재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던 고개였다. 고개 한쪽으로 움막집이 십여 채가 줄지어 있었다. 움막집은 고개 한쪽 언덕에 기대어 가마니나 거적으로 벽을 만들었다. 지붕도 누더기처럼 이것저것 덮어 놓아서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마도 이곳 움막집 주인들은 주변에서 동냥을 하며 연명하던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추측 된다고 했다. 동냥으로 얻어온 음식을 움막 밖에서 데우던 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고개를 넘어가면 주변은 공동묘지였다. 현재 대우아파트와 이안아파트 주변으로 모두 공동묘지였다고 한다. 공동묘지 주변으로는 인가도 드물었고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무서울 정도로 으슥한 고개였다. 고개를 넘어가면 작은 길이 남장리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필자는 주변에 살던 지인들을 찾아서 고개 이름을 물었다. 애고재고개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고개 주변에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살았고, 고개 너머로는 공동묘지였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80세 넘은 어른으로부터 ‘애고재고개’가 맞다는 답을 들었다. 어려서 주변에 살면서 애고재고개라는 이름을 듣고 자랐다는 대답을 해 주었다. 하지만 애고재고개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애고재고개의 지명 유래를 혼자서 추측해 봤다. 아마도 애고재는 상여에 실린 망자들이 공동묘지를 향해 이 세상 마지막으로 넘어가던 고개였을 것이다. 공동묘지라는 것이 대부분 죽어서 묻힐 땅 한 평도 갖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의 안식처가 아닌가. 살아생전 병마와 가난에 찌들어 살다가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 넘던 고개였을 것이다. 상여 뒤를 따르는 유족들의 입에서는 ‘애고애고’ 탄식소리가 나왔을 법도 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애고’는 ‘아이고’의 준말이며, “절망하거나 좌절하거나 탄식할 때 내는 소리” 라고 했다. 문득 정태춘의 ‘애고, 도솔천아’ 노랫말 한 구절이 떠오른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빈 허리에 뒷짐 지고
선말 고개 넘어서면
오월산의 뻐꾸기야
애고 도솔천아
도두리뻘 바라보며
보리원의 들바람
애고 도솔천아
애고 도솔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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