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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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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헤어짐
  • 홍성예총 이상헌 지회장
  • 승인 2022.11.2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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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게 된다. 헤어지면 또 만나게 되어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헤어져야 만나도 반갑게 만남이 이어진다. 인간뿐만 아니라 초목 동물도 태어났다가 사라지게 되는 것은 만물의 이치이다. 공기를 마시고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 다시 순환하는 인연을 가지고 있는 게 숙명이다. 만남보다 더 애처로운 것은 이별이다. 그동안 서로의 정을 떼는 순간, 눈물이 왈칵 흐른다.

고려 정지상의 ‘송인(送人)’ 시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으면 ‘이별의 눈물로 해마다 푸른 파도에 보태진다(別淚年年添綠波)’라고 표현했을까. 나루터에는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가지를 살랑이며 헤어지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가난한 선비들은 이별의 증표로 나루터에 있는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떠나는 친구에게 선물하였다. 조선 시대 기생 홍낭의 시에도 ‘버드나무 가지 꺾어 천 리 먼 곳 임에게 보내니 나를 생각해 뜰 앞에다 심어두고…’ 버드나무는 일종의 물망초 역할을 했다.

이별의 장소는 과거는 나루터와 객줏집이었다. 술 한 잔 같이 마시고 친구를 보내는 곳이 나루터와 객줏집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차역, 정류장, 항구, 공항 등 다양해졌다. 수많은 사람이 복닥거리는데도 부끄러움 없이 눈물을 흘리는 곳이 역이고, 공항이다. 예전에는 친인척 중에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 온 가족이, 친구 신혼여행 가면 공항에 친구들이 모두 나와 환송을 했다. 요즘은 원체 해외여행이나 사업차 출장 등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 집에서 간단히 헤어진다.

처음 가족과 떨어져 혼자 외국으로 갈 때, 아내는 공항까지 와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눈물을 감추려고 바삐 게이트로 들어갔다. 2주일 만에 온 가족을 불러 모아 다시 상봉하여 함께 살게 되었지만. 두 번째로 대학에 한국어 가르치는 일로 나가게 되었을 때, 서산터미널에서 안개 낀 새벽에 뒤돌아 우는 아내 얼굴을 보며 울컥했었다. 중늙은이를 혼자 보내놓고 외국에 가서 어떻게 밥은 해 먹고 빨래하며 외롭고 힘들게 살까?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다. 걱정은 배려와 애틋한 사랑이 아닐까.

얼마 전 막내딸이 미국에서 15시간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왔다. 6년 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헤어질 때 얼굴과 다른 바가 없어 안심하며 웃었다. 아내와 큰딸은 울먹였다.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자동차를 운전해서 출근한다고 한다. 국내에 있으면 보고 싶으면 교통편을 이용하여 서로 오갈 수 있지만, 외국에 사는 경우는 다르다.

멀기도 하고 비자 발급도 받아야 하고 특별히 휴가를 내야 한다. 이틀 동안 함께 있다가 또다시 미국으로 떠나야 한다. 여러 차례 한국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곳에서 직장을 가지고 있고 그곳이 살기 좋다고 한다. 내 자식이지만 성인이 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낙지볶음 등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며 이틀 빠른 생일을 축하해 줬다.

떠나는 날은 공항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더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아내 말에 서울역에서 보냈다. 아내와 딸은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 한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멀리에서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안 보면 또 멀어지겠지’라고 위안 삼으며, 역으로 나가는 막내딸의 뒷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 만나서 행복한 웃음과 헤어지면서 슬픈 눈물이 서로 교차하는 역과 공항은 언제나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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