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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10> “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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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10> “멀국”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2.11.14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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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자네 나이가 멧인가. 멀국이나 찔찔 흘리구 먹게, 에이 챙피해서 같이 뭇 댕기것네.

-저니: 암만봐두 투가리가 금간거 같어, 아짐니 말여, 여기 국밥 한 그릇 새로 줘봐유.

<멀국>은 ‘국물’을 말한다. 건더기를 다 건져 먹은 국그릇에 국물만 남은 상태를 말하기도 하고, 국물이 희멀건 상태로 있는 것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모든 국물을 ‘멀국’이라고 한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매 끼니 밥과 국을 해서 먹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국을 만들 때는 여러 식구가 함께 오래도록 먹을 수 있게 국물을 충분히 만들었다. 끼니가 거듭될수록 건더기는 거의 사라지고 멀겋게 국물만 남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시골에 있는 손 큰 할머니들은 아직도 커다란 솥단지나 들통이 가득찰 정도로 국을 끓여대기도 한다. 가끔 ‘멀떠국’ ‘멀떡국’이라고 하는 어르신들도 있는데, 우스개 소리로 ‘뭘 떠 먹을게 없어서’ 멀떠국이라고 한다.

서민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이 말은 주막이나 주모, 탁배기, 국밥 등의 단어와 잘 어울린다. 시골 장터에서 돼지국밥 국물을 더 달라고 할 때에 가장 자연스러우며, 분위기 있는 고급 식당에서 ‘아가씨, 여기 멀국 점 더 주세요’라고 하면 거의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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