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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맺어 주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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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맺어 주는 인연
  • 전진영 달님그림책연구소장
  • 승인 2022.10.24 08:2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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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 39
<색깔손님> 안트예 담(지은이) 유혜자(옮긴이), 한울림어린이, 2015

저는 책 읽어 주기를 좋아합니다. 책 읽어 주기를 왜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책도 좋지만, 책을 매개로 사람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겁이 많은 할머니는 항상 문을 닫아둔 채 지냅니다. 하루는 창문으로 종이비행기가 날아듭니다. 이 비행기의 주인은 에밀이라는 남자아이입니다. 할머니는 어느덧 에밀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그 후 숨바꼭질도 하고 빵도 같이 먹습니다. 내일 또 에밀이 집으로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닫혀 있던 할머니가 달라집니다.

할머니가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에밀은 듣습니다. 이 단순한 시간을 보내고 둘은 친해집니다. 책이 만들어 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듣는 이는 읽어주는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계를 풀고 마음을 엽니다. 책 읽어주기 환경에는 인간의 목소리, 눈 마주침, 풍부한 대화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타인과 관계 맺을 때 필요한 기본 요소입니다. 책 읽어 주기 환경은 관계 맺기의 기본을 자연스레 알려 줍니다.

읽어주는 이는 듣는 이의 반응을 살피고 수용하면서 읽습니다. 이는 나보다 남을 위한 배려가 스며있습니다. 듣는 일 또한 쉽지 않습니다. 조금만 지루해도 집중할 수 없습니다. 본 회퍼는 가장 으뜸인 봉사로 들어주는 봉사를 꼽습니다. 비대면 환경과 전자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듣는 힘이 더욱 중요한 요즘입니다.

이 그림책을 도서관 자원봉사자들에게 읽어주었습니다. 한 할머니 눈이 초롱초롱 빛났습니다. 책 이야기가 곧 본인의 이야기라며 반기셨습니다. 이사 온 할머니는 일곱 살 에밀을 만났고 이제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습니다. 요즘도 집으로 놀려온다고 합니다. 자원봉사자 할머니 삶도 변했습니다.

재미있는 책도 좋지만, 책이 맺어 주는 인연이 더 즐겁습니다. 책 역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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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순 2022-10-24 16:54:01
선생님과 저도 책으로 만난 연연인지요.

늘 그리운 선생님 ~

이번 책도 보고 싶어지네요.

선생님 덕분에 매주 월요일 아침을 책과 아이들의 환한 웃음으로 시작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답니당.

모두가 선생님 덕분이지요.

안혜련 2022-10-24 12:17:28
에밀의 순수함이 할머니의 잃어버린 색을 빛처럼 밝혀서 본래의 색을 찾아주는것 같았어요.
에밀의 이동에 따라 색이 나타나는 것이 인상깊은 책이었습니다.

황가빈 2022-10-24 12:11:37
책과 맺어진 인연 참 좋은것 같아요. 저 또한 책 수업을 통해 이렇게 선생님과의 인연이 되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니겠어요. 모두가 이런 책과의 인연이 이뤄지길 바래봅니다.

사경아 2022-10-24 10:24:24
책을 읽어준다는게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 연결이 된다는게 참으로 대단한 일인것 같아요.. 그런 관계에서 맺어진 인연은 얼마나 행복하고 좋을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었을땐 그저 의무감으로 읽어 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뒤늦은 반성을 해야겠어요ㅜ

유혜린 2022-10-24 09:13:39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보기만 해도 이해할수있었던 그림도 배려하는듯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림책의 아름다움이 오래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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