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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역할 못 하는 ‘홍성~광천 자전거도로’, 둑방길 잘 활용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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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역할 못 하는 ‘홍성~광천 자전거도로’, 둑방길 잘 활용했으면…
  • 강상규 수의사
  • 승인 2022.10.24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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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하다 12
홍성읍~광천읍 자전거도로. 도로 곳곳에 턱이 있고 자동차가 자전거도로를 가로막기도 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 기억으로는 3년 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홍성읍~광천읍 자전거도로 개통’ 된 지가 말이지요. 광천통 도로는 차량 통행량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서 자전거로 도로 주행을 하기에 여간 위험한 게 아니었던 터라 자전거도로 개통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확인ㅍ차 한번 자전거를 타고 가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였을까요? 너무나 실망스러운 자전거도로여서 그때 이후로는 다시는 광천 라이딩 할 때에 그 자전거도로를 타는 대신에 우회하는 시골길만 이용하게 되었지요. 60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쏟아 부었는데 저는 다음과 같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 이 자전거도로 만드는 걸 총괄한 담당자는 자전거를 타 보지도 않고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음이 틀림없다. 이건 뭐….’ 그때 실망스러웠던 느낌을 구체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자 몇 주 전에 동네 동생과 함께 바로 그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서 광천 라이딩을 다녀왔습니다.

몇 해 전 느끼고 확인했던 문제점들은 여전했고 다시 한 번 나는 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왔지요. 그렇다고 자전거를 타고 광천을 가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걸 글 말미에서 말씀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생각하는 홍성~광천 자전거도로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명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전거 운전자들은 자전거로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턱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
자전거도로라 말 하지만 도로 곳곳에는 움품 패인 곳이 있고, 울퉁불퉁한 곳이 많다. 

일단 ‘홍성~광천 간’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됩니다. 홍성읍과 광천읍을 연결하는 도로의 거리는 대략 10km. 그중 자전거도로는 구항 마온리에서부터 광천까지 약 7.5km 정도에 그칩니다. 엄밀히 말하면 구항~광천 자전거도로인 셈이지요. 자, 이렇게 홍성 원도심과는 뚝 끊어져있는 자전거도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이용할 수가 있을까요.

물론 저와 같은 몇몇 자덕(자전거 덕후)들은 어떻게든 우회 길을 찾아내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자덕들에게는 사실상 자전거도로 자체가 있을 필요도 없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자전거는 자전거바퀴가 굴러갈 수 있는 길이라면 어디든지 자전거길이니까요. 하지만 거금의 세금을 들여서 만드는 자전거도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남녀노소 홍성군민 누구나 자전거로 접근이 용이하고 라이딩 자체가 안전해야함은 기본이 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관점에서라면 더더욱 홍성~광천 자전거도로는 정말 접근성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마온리에서 홍성 원도심간의 자전거도로가 또다시 거금을 들여 연결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접근성 부족하고 위험한 홍성~광천 자전거도로

큰 4차선 도로의 갓길에 따로 인도와 공용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 차량이 진입해 들어가는 구간이 너무나 많은데다가 그런 곳들은 도로에 턱이 생기기 마련이고 아주 매끄러운 상태로 유지·보수가 되지 않는다면 그런 곳에서 자전거의 중심을 잃고 낙차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지요.

아마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자전거를 타고 이런 비슷한 도로를 주행해보신 분들은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동네 동생과 시험 라이딩을 하는 자전거도로 중간 중간에 정말 가슴 철렁철렁 내려앉게 하는 곳들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정말이지 지뢰밭을 조심조심 피해 달리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광천에 거의 당도해서도 자전거길이 뚝 끊어진 느낌이 듭니다. 광천역 또는 광천시장까지 진입하는데도 여간 위험한 게 아니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지면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문제점만 늘어놓다가는 정말 씁쓸한 글로 마무리 될 것 같아 이제는 좀 희망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급선회해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만약에 제가 자전거도로를 지금의 바로 그 자리에 만들어야 했다면 저는 도로의 갓길을 차라리 그냥 ‘넓은 갓길’로 만들어서 도로의 낙차없이 갓길을 매끄럽게 자전거가 달리게 했을 겁니다.

어차피 자전거는 도로교통법 상 도로를 달리게 되어있는 ‘자전차’거든요. 아마 그렇게 했더라면 로드바이크 타는 사람들이라도 신나게 홍성 광천간 자전거도로를 이용했을 겁니다. 물론 다른 종류의 자전거들이라도 넓은 갓길도로로 달리는 게 지금의 울퉁불퉁 낙차가 이어지는 ‘허울뿐인’ 자전거도로를 긴장하고 달리는 것보다는 나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갓길 밖으로는 말 그대로 도보전용 인도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진짜 저라면 아예 4차선 도로가에 자전거도로를 만들 생각 자체를 안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요, 마온리에서 광천으로 가는 도로의 서쪽 편에는 도로와 거의 평행하게 상지천이라는 하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천에는 둑방길이 있지요.

홍동천 옆 둑방길을 따라 가면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이번에 가봤더니 부분적으로나마 아스콘포장까지 되어있더군요. 애시 당초 처음부터 상지천 둑방길을 자전거도로로 ‘명명’하기만 하고 부분적으로 포장할 곳만 매끄럽게 포장하고 길가에 파란 페인트로 자전거가이드라인만 그려줬더라면 솔직히 60억원이 아니라 6억원, 아니 그 이하로도 홍성군의 명품 자전거길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이 둑방길을 달리며 저 건너 복잡한 도로의 차들을 보면 왠지 모를 상대적 여유로움에 행복감마저 느껴진다니까요. 홍성 원도심에서의 연결문제도 비슷한 류의 관점의 전환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들이 다니는 광천통 도로만 생각해서 그 코스로 자전거도로를 힘겹게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란 말이지요. 어차피 자전거로 ‘빨리’ 광천을 가려는 게 자전거 타는 목적은 아니잖아요. 빨리 가려면 차를 타야지요.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자전거 타는 여유를 충분히 느껴가며 홍성 마을들의 속살들을 맛보며 풍경을 보는 게 자전거를 타는 찐 재미 아니겠습니까? 아이들과 함께 할 수도 있는 그런 길들. 저는 보통 광천을 갈 때 홍성읍 남장리 주공아파트 쪽으로 가서 청운대 후문의 기숙사 방면으로 급경사 길을 슬슬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 쭉 내리막 시골길을 신나게 달려 신성역을 거쳐 구항농공단지 쪽으로 내려가 아까 말씀드린 상지천 둑방길을 따라 광천을 가곤 합니다.

아니면 신성역 즈음에서 원천리~월림리를 지나는 공도를 타고 넘어가 광천에 가지요. 이 시골 도로 길은 다니는 차량도 그리 많지 않아서 유유자적 광천 라이딩 할 때 자주 애용하는 코스입니다. 광천에 가면 광천시장에서 칼국수와 돼지머리고기는 꼭 먹고 와야지요. 로또 좋아하시는 분들은 광천로터리에 있는 유명 복권방에서 기분 좋게 로또 한 장 기념으로 사보셔도 좋겠구요.

저는 지난번에 운 좋게 광천장날에 가게 됐는데 전통시장 구경하는 맛이 홍성전통시장과는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광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 때는 홍동 라이딩을 하면 정말 재미있어요. 광천전통시장에서 괜히 단순하게 왔던 길로 되돌아가실 필요 없이 광천천 둑방을 타고 여유부리며 달리다보면 홍동으로 가는 도로로 찾아 들어갈 수가 있답니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어도 괜찮아요. 광천천 둑방길이 자전거타기 참 좋다고 그냥 따라 달리다보면 오서산 아래 아름다운 담산리 마을이 나옵니다. 아무튼 홍동 가는 길로 제대로 가셨다면 홍동방앗간 카페에 들러 참새마냥 쉬웠다 가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홍성읍내로 돌아 올 때는시간 여유가 좀 있으시다면 빼뽀(홍양저수지) 라이딩까지 하시면 금상첨화.

이 코스로 집으로 향해 가시다 보면 ‘아~ 오늘 라이딩은 정말 모든 것이 좋았다!’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될 겁니다. 뭐 그냥 제가 경험한 것을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 하다가 보니 벌써 글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네요. 언제나처럼 이렇게 급마무리 하겠습니다. 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패달링이 길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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