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홍성읍 여성만 소중한 게 아니다
상태바
홍성읍 여성만 소중한 게 아니다
  • 홍성신문
  • 승인 2022.10.03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전국의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총 113개로 49.6%에 달한다. 홍성군도 여기에 속한다. ‘소멸위험 진입’ 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소멸 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이며 0.5 미만인 경우 위험 단계, 0.2 아래는 고위험 수준이다. 홍성은 0.36 지수로 위험에서 고위험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0년 1.02의 양호 상태에서 2001년 주의, 2012년 위험 단계로 넘어섰다.

인구소멸 위험지수 계산식에서 볼 수 있듯이 인구는 여성과 출산율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홍성군이 여성친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큰 틀에서는 인구문제와 연결된다 할 수 있다. 홍성군은 2014년 여청친화도시로 첫 지정된 후 2019년 재지정 돼 사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아동친화도시 추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 대학생에게 6개월마다 20만원을 지원하며 전입 시키는 단기처방도 필요하지만 여성과 아이가 살기 좋은 동네로 체질을 개선하는 장기처방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위험에 처한 여성이나 시민이 긴급 대피해 구조를 요청할 수 ‘여성안심지킴이집’도 여성친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운영 과정을 보면 ‘여성 친화’라는 구호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여성안심지킴이집은 귀갓길 위험,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등의 위기에 시민이 편의점으로 대피하면 직원이 비상벨을 눌러 인근 순찰대나 경찰이 출동하는 제도이다. 해당 편의점에는 비상벨과 현판 등이 설치된다.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홍성군에 설치된 지정 편의점은 모두 21곳이다. 2017년 26곳에서 5곳이 줄었다. 더욱이 이상한 일은 모두 홍성읍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홍성읍을 제외한 10개 읍·면 여성과는 친화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아니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면서 살라는 암묵적 협박이다. 편의점 계산기에 비상벨 기능이 설치돼 있어 추가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는 홍성군의 입장도 이해하기 힘들다. 정말 그렇다면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필요 없는 사업에 혈세를 쏟아 붓고 있는 셈이 된다.

편의점이 아예 없거나 늦게 까지 여는 편의점이 부족하다는 현실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도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인구 3만 명이 살며 편의점이 즐비한 홍북읍과 광천읍, 갈산면은 어떻게 된 일인가?

이용횟수가 적어 추가운영의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은 아연실색하게 한다. 지정된 편의점의 점주들에게 의견을 들었는데, 위험을 느끼고 신고해 달라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안심지킴이집은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다. 이용이 많으면 절대 안 되는 일이다. 홍성군의 담당자들이 이 제도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알고는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편의점이 없다면 대신할 수 있는 장소와 방법을 찾는 게 ‘적극 행정’이다. 또 늦게까지 열지 않는 편의점은 왜 안 되나? 위기나 위험이 늦은 밤에만 발생하라는 법은 없다. 여성 친화는 결코 선언으로 이뤄질 수 없다. 이참에 여성안심지킴이집 제도 전반에 대해 점검해 보길 바란다. 또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지정과 개선책을 마련해 볼 만하다. 그 과정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여성들의 참여가 함께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면에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음을 잊지 말라’는 여성의 하소연을 기억하는 여성친화 행정을 고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