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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절 나무꾼들이 넘나들던 용봉산 뫼넘이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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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절 나무꾼들이 넘나들던 용봉산 뫼넘이고개
  • 김정헌 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22.09.24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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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길에 서려 있는 조상들의 숨결 9
뫼넘이고개는 용봉산에서 수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중에서 가장 낮은 부분에 위치해 있다. 수암산 쪽 잘록한 능선 부분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넘나드는 고개이다.

뫼넘이고개는 용봉산과 수암산의 경계 부근에 있는 고개이며 행정상으로는 예산군 관할이다. 내포신도시 보훈공원에서 뫼넘이고개로 올라간 후에 고갯마루에서 예산군 덕산면 둔리저수지 방향으로 내려간다. 고갯마루에서 양쪽으로 용봉산과 수암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뫼넘이고개는 용봉산에서 수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중에서 가장 낮은 부분에 위치해 있다. 수암산 쪽 잘록한 능선 부분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넘나드는 고개이다. 지금은 내포신도시로 변했지만, 충남도청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예산군 삽교읍 목리와 홍성군 홍북읍 신경리 외 여러 마을이 뫼넘이고개를 이용했다. 주로 용봉산이나 수암산에서 나무를 하여 시장에 팔기도 하고 가정의 땔감으로 사용했다. 덕산장이나 수덕사를 갈 때도 뫼넘이고개를 넘어 다녔다.

홍성군 홍북초등학교와 산수초등학교 출신 원로들 중에는 뫼넘이고개를 넘어 수덕사로 1박 2일 수학여행을 다니던 추억이 남아 있다. 홍북면에 위치한 산수초등학교와 홍북초등학교에서 수덕사로 가려면 뫼넘이고개가 지름길이었다. 학교에서부터 쌀을 보자기에 싸들고 뫼넘이고개를 넘고 둔리저수지와 가루실 골짜기와 수덕고개를 넘어서 수덕사까지 수학여행 갔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용봉산과 수암산 동쪽으로 삽교읍 목리와 홍북읍 신경리와 주변 마을에서는 용봉산과 수암산이 땔감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였다. 동네 주민들이 우르르 어울려서 땔감을 구하기 위해 뫼넘이고개를 넘어 다녔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을에서 바라보면 아침‧저녁으로 빈 지게를 짊어진 사람들이 십여 명씩 줄을 지어 뫼넘이고개로 향했다. 빈 지게에 도시락을 걸치고 산으로 올라가는 행렬은 축제 때에 가장행렬을 보는 듯했다. 저녁 무렵에는 지게에 나무를 가득 짊어지고 산에서 내려오는 행렬이 이어졌다.

뫼넘이고갯마루. 왼쪽은 용봉산 방향이고, 오른쪽은 수암산 방향이다. 
내포신도시 보훈공원에서 뫼넘이고개로 향하는 등산로.

옛날 용봉산 뫼넘이고개 아래쪽에 살던 70세 넘은 주민은, 뫼넘이고개를 올려다볼 때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떠오른다. 아버님은 젊은 시절 수시로 지게를 짊어지고 뫼넘이고개로 올라갔다. 오후에 집으로 돌아올 때는 지게에 나무가 한 짐씩 실려 있었다. 온몸이 땀에 젖은 아버님은 나뭇짐을 내려놓고 수돗가에서 어린 아들을 불렀다.

“얘야, 아버지 등목 좀 해다오.” 어린 아들은 펌프질로 물을 길어 아버님의 등목을 해주곤 했다. 젊은 시절 노동으로 단련된 아버님의 근육질 몸은 쇳덩이를 만지는 것만 같았다. 등목을 마친 아버님은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마루에 걸터앉아 또 다른 심부름을 시켰다. “얘야, 텃밭에 가서 잘 익은 고추 좀 몇 개만 따오너라.”

어린 아들은 텃밭으로 쪼르르 달려 나가 탐스럽게 자란 고추를 몇 개 따다 드렸다. 아버님은 아들이 따온 고추에 고추장을 듬뿍 찍어 막걸리 한 사발을 맛있게 들이키곤 했다. 어느덧 아버님의 연세가 아흔이 넘어가고 어린 아들은 일흔이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가끔씩 아버님을 모시고 덕산온천으로 목욕을 가면 아버님의 젊은 시절 팔팔하던 팔 힘과 건장하던 근육질 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버님은 나이 든 아들의 등을 밀어주는데 팔에 들어가는 힘이 예전만 못했다.

“아버지, 조금 더 힘껏 밀어 봐유.”, “더 세게 밀면 네가 아플 것 같아서 살살 미는 거여.”, “괜찮아유. 저는 하나도 안 아픈데유.” 아버님은 더욱 힘을 주어 아들의 등을 밀었다. 하지만 아들이 느끼는 아버님의 힘은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아버님은 그렇게 점점 힘이 빠지더니,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나이 든 아들은 용봉산 뫼넘이고개를 바라볼 때마다 아버님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먹먹하다. 젊은 시절 아버님 모습이 떠오르며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많다. 지금도 뫼넘이고개를 넘는 산길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만 옛날처럼 고개 양쪽 동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넘나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등산객들이 사용하는 등산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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