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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에는 왜 아이를 맡길 만한 곳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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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에는 왜 아이를 맡길 만한 곳이 없을까?
  • 홍동초 학부모 김소영
  • 승인 2022.09.24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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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의 밥벌이는 고단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해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아는 이 하나 없는 홍동으로 이사를 했다. 근처에 홍동초등학교가 있었고 시골마을에서 기대 할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밝맑도서관이 있었고, 내가 살 집이 있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큰일에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성격 탓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평촌요구르트와 쌀빵을 만드는 협동조합, 두 군데서 일을 시작했다.

아이가 홍동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보니, 서울에서 이사를 온 아이 셋과 아이는 친구가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그 친구들과 함께 걸어서 여성농업인센터(이하 여농센터)에서 방과후 돌봄을 받기로 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홍동에서 좋은 먹거리를 신경 써서 챙겨 주고 아이들에 대한 배려와 자유 그리고 교육이 적절히 융화된 교육방침도 마음에 들었다.

여농센터에서 돌봄이 끝나면 집 근처까지 데려다 줘서 더욱 안심이 되었다. 도시든 시골이든 일하는 엄마는 주변의 도움 없이는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 근데, 문제는 방학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여농센터 돌봄교실은 오후 1시에 문을 여니,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 집에 혼자 둘 수도 없고 방학 내내 서울에 계신 시어머니를 호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하는 곳에 양해를 구하고 아이는 한 쪽 테이블에서 책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봐야했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여농센터에 데려다 줘야했다. 아이에게 그 시간은 심심하고 지루했으며 일하는 내내 아이와 직장 모두의 눈치를 봐야했다. 도리가 없어 염치 불구하고 지호 친구 엄마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친구 집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함께 여농센터에 보내는 식이었다.

아이의 친구네가 여행이라도 갈 셈이면 또 다른 친구의 집에 부탁해야 하니 난감한 경우가 여럿 있었다. 가족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방법이 없어서 아이의 친구 집에 아이를 맡겨도 마음은 늘 편치 않았다. 왜 홍동에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 주는 기관이 없을까? 일하는 엄마는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아이를 맡기느라 마음을 졸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농센터의 모집 정원이 저학년부터 15명이라 학년별로 5명의 인원을 받았고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다음 학년의 인원을 모집하는 방식이었다. 운이 좋아 4학년 때도 여농센터 돌봄을 받았는데 보통은 오후간식만 챙겨주는 여농센터가 공모사업을 하여 6개월 남짓 저녁도 먹여서 보내주었다.

늘 퇴근해서 급히 밥을 챙기곤 하는 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문제는 5학년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믿었던 친정 엄마에게 더 이상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처럼 나는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랐고 방학동안 서울 할머니 댁과 친구 집에 아이가 맡겨지거나 집에 혼자 있는 날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시골의 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는 아이가 4학년 되었을 때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했다. 타 지역 지역아동센터에 실습을 나가면서 학교가 끝나면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의 안식처가 되고 전문 강사님으로 구성된 학습, 예체능 프로그램 구성도 잘 되어 있어 배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지역사회와의 연계프로그램까지 있어서 홍동에 지역아동센터가 생기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방학기간에도 오전 9시부터 차량을 운행해서 친환경 재료로 점심까지 챙겨 주고 소외계층의 아동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미쳤다. 학원을 다니는 아이가 적은 홍동은 방학 때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상생활지도 및 또래와의 다양한 체험활동과 방학 숙제도 함께 하면서 양육의 형태가 다양해진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맞벌이가정이 겪는 양육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주고, 가족 상담을 통해서 아동들의 고민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함께 노력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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