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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부흥운동의 중심 주류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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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부흥운동의 중심 주류성을 찾아서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2.09.17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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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숲길 ‘독립의 길’을 가다⑧-끝 백제부흥군길 2코스

걷기: 대현1구 마을회관~광시한우테마공원, 13.6km

홍주향토문화연구회에서 매년 백제부흥군 위령제(백제 부흥운동 순의열사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장곡면 대현1구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비석이 하나 있는데, 비문에는 마을 주민들의 선후 3대 이름이 기록돼 있다. 뿌리를 잊지 않고 자손만대 부귀공명을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져 있는 이 비석은, 조상의 음덕을 받들고 효성을 다하며 사랑과 인정으로 마을의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뒤편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백제 부흥군길의 핵심인 주류성으로 향하는 길이다. 현재의 이름은 장곡산성이지만 과거 주류성이 있었던 곳으로 여겨지는 자리이며,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1.3km의 성곽이 현재까지 전해 내려온다.

산성 주변은 계곡이 좁아 군사 활동에 적합한 지형을 갖추고 있으며, 산성 안에 여러 곳의 출입문 터와 건물터 10여 개소, 백제시대 토기류 등이 발견됨에 따라 정치 행정의 중심지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주변의 학성산성 태봉산성 소구니산성 등이 띠를 두르듯 이어져 있어 전략적 요충지이자 백제 부흥군의 거점이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사운고택(조응식 가옥)은 ‘구름 같은 선비’라는 뜻의 사운(士雲)과 우화정(雨花亭, 꽃비가 내리는 정자)이라는 뜻을 가진 양주조씨(楊州趙氏)의 종가이며 중요 민속문화재 제198호로 지정된 곳이다.

해발 255m의 장곡산성에 오르면 옛 성곽의 형태가 그대로 나타나고 내리막길로 들어서면 사방이 반듯한 옛 건물터가 나온다. 이곳은 두 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안전과 방어에 중점을 둔 군사시설이 있었던 장소로 평가되는 곳이며, 홍주향토문화연구회에서 매년 백제부흥군 위령제(백제 부흥운동 순의열사 위령제)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내포문화숲길은 여기서 왼쪽으로 이어지며 곧이어 나타나는 오르막을 지나고 나서야 장곡산성을 벗어날 수 있다.

660년,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하자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부흥운동이 일어났다. 백제 유민들은 왜(倭)에 있던 풍 왕자를 모셔와 왕으로 세우고 주류성을 왕성으로 삼아 백제 탈환을 위한 맹렬한 운동을 전개했다.

약 4년간 지속된 이 저항은 백제 지도층의 내분과 백강(백촌강) 전투에서의 패배로 말미암아 중요 요충지인 임존성과 본거지 주류성이 함락되면서 막을 내렸다. 백강전투(백강구)는 나당연합군과 왜(倭)까지 참여한 동아시아 국제 해전으로, 여기에서 패한 왜는 국호를 ‘일본’으로 고치게 되었고, 중국 한국 일본의 동아시아 3국의 지형이 현재까지 고착화되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담긴 전투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백강과 주류성의 위치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학계의 큰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백강의 위치는 아산만 금강 동진강 등이 거론되고 있고, 주류성은 홍성을 비롯하여 서천 연기 부안 등에 존재했다는 학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우리 홍성지역은 김정호가 밝힌 ‘주류성은 홍주에 있다’는 내용에 기반해 장곡산성 일대를 주류성으로 보고 있다.

장곡산성을 내려오면 지방도 96호선을 접하게 되고, 고미당 임산물 판매장 옆길로 올라서면 야트막한 동산에 길쭉하게 잘 자란 소나무 숲과 가마터, 삼국시대의 귀족 묘인 석실묘를 만나 게 된다. 이 주변 일대는 사운고택과 어우러져 정겹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사운고택(조응식 가옥)은 ‘구름 같은 선비’라는 뜻의 사운(士雲)과 우화정(雨花亭, 꽃비가 내리는 정자)이라는 뜻을 가진 양주조씨(楊州趙氏)의 종가이며 중요 민속문화재 제198호로 지정된 곳이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가 보이고 우측 대문으로는 안마당에 이르는데, 사랑채 누마루 아랫부분에 ‘천하태평’이라는 글씨 조각이 특히 인상적이다. 안채 동문을 통하면 별당채와 마당이 나타나는 조선시대 가옥 특유의 조형미가 있다. 고택 뒤편으로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있고 그 위에는 학성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돌로 쌓은 흔적이 남아 있는 
돌로 쌓은 흔적이 남아 있는 학성산성. 

 

학성산성에서 내려다 본 모습. 멀리 천태저수지와 천태산이 보인다. 

산성으로 오르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다. 121m의 정상에 있는 ‘학산정’에서는 마을 주변의 무한천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북쪽으로는 임존성, 남쪽으로는 장곡산성이 시야에 들어온다. 학성산성의 둘레는 1km에 이르며 봉우리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평지보다 급격한 경사면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오른쪽으로는 태봉산성이 위치해 있지만 내포문화숲길은 왼편의 행정 1구 마을회관 쪽으로 향한다.

행정리는 살구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행계리(杏溪里)와 지정리(智亭里)가 합해진 이름이다. 이 마을 앞으로는 천태산 줄기의 모습이 멋지게 반영되는 천태저수지가 있고, 저수지를 반 바퀴 돌아들면 숲속의 호젓한 사찰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미타사를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서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행정2구의 속은이고개를 넘어서면 예산군 노전리에 이르는데, ‘속은(俗隱)이’란 속인을 자처하며 낙향한 선비가 머물렀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노전리 굴다리를 통과하여 맞은편 광시로 향하는 길은 전형적인 시골 논길이며, 기계화 경작로가 시원시원하게 잘 뚫려 있어 쾌적하게 걸을 수 있다.

예산군 노전리에 위치한 한국문인인장박물관.  인장 1000여 점이 보관·전시돼 있다. 

부근에 있는 한국문인인장박물관은 2001년 개관한 국내 유일의 도장 테마박물관으로, 문인들이 자신의 책을 발행한 뒤 낙관으로 사용했던 인장 1000여 점이 보관·전시돼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다소 심심한 시골길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인 광시 한우마을에 닿는다. 광시는 한우로 유명한 곳이며 현재는 30여개가 넘는 정육점, 식당이 성업 중에 있다. 작은 시골 면이지만 주말이면 한우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내포문화숲길 코스 종착지에 식당 번화가가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행복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든 것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갈비탕을 마주할 때였다. 백제부흥운동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도 든든한 밥심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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